보시라이는 2일차 재판에서 부인인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반박하며 뇌물수수 혐의, 직권남용 등을 부인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보시라이의 혐의 부인이 좌파 지도자로 남으며 시진핑 국가주석 등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심리전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CCTV는 보시라이의 형량이 오는 9월께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23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계속된 보시라이의 재판은 전날 뇌물수수에 대한 심리에 이어 이날은 직권남용ㆍ공금횡령에 대한 집중심리를 진행했다. 보시라이는 이날 검찰 측의 기소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며 반박했다.
이날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의 영상증언. 영국인을 독살하며 보시라이를 중국 차세대 선두주자에서 반부패 단죄의 상징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이기도 구카이라이의 뇌물수수 증언이 보시라이 혐의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시라이는 11분 동안 영상으로 나온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가소롭다"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장에 뇌물을 제공한 증인으로 나온 쉬밍 다롄스더그룹 회장에게는 "내 아들 보과과에게 항공권과 신용카드를 줬다는 사실을 내게 알렸냐"라고 질문해 "아니다"라는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카이라이는 영상증언에서 "나도 보시라이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하며 보시라이를 압박했다.
보시라이 재판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오만하고 거짓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는 보시라이가 "오만으로 가득 차 있다"며 "교활하고 방약무인(타인을 상관하지 않고 제멋대로임)하며 기만적"이라고 비난했다. 인민일보도 홈페이지에 실은 논평에서 보시라이의 거침없는 항변을 "소용없는 헛된 발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시라이의 재판과정을 외신들은 잘 짜인 각본에 따른 '정치쇼'로 폄하했다. 문화대혁명 4인방 중 하나인 장칭을 변호했던 장쓰즈 변호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보시라이는 할 말과 안 할 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보시라이의 혐의 사실이 모두 인정되면 20년형 정도가 선고되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10년 안팎까지 형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판 중 보시라이가 미국식 'OK'를 상징하는 손동작을 보였다며 이 동작이 자신과 아들인 보과과 처리 문제에 대해 당국과 암묵적 합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보시라이는 재판 중 나온 사진에서 피고인석에 선 채 왼손 엄지와 검지를 붙여 원 모양을 만들고 나머지 손가락 세 개는 곧게 피는 동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러한 동작이 뇌물수수ㆍ공금횡령ㆍ권력남용 등 세 가지 죄목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는 뜻을 당국에 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