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백화점서 즐기는 한입의 행복

식품관 업그레이드 경쟁

맛집·글로벌 브랜드 유치로 다양한 소비자 입맛 사로잡아

30대 중심 젊은층 발길 늘어 다른층 상품도 덩달아 매출 증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딘앤델루카' 매장

롤케익 '핫삐돌체'

수제 초콜릿 '고디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베이커리존'.

롯데백화점 본점 팝업스토어 '더푸드웨이브'.

1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역사에서 나온 후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지하 1층 입구로 들어서자 탐스러운 꽃송이와 고급스러운 화기가 진열된 플라워숍이 고객을 맞이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플라워 브랜드 '제인 패커' 매장이다. 제인패커 매장 뒷편으로는 '딘앤델루카' 간판이 큼지막하게 보인다. 영국 런던의 향기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뉴욕의 맛이다.

뉴욕의 프리미엄 식료품점 브랜드인 딘앤델루카. 신세계 강남점 지하 1층 식품관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를 잡자 지난 달 말 한강을 건너와 마침내 본점에도 둥지를 틀었다. 강남점과 달리 식료품보다는 델리 기능을 중심으로 문을 연 본점의 딘앤델루카에서 고객들은 다리가 길쭉한 철제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 옆에서는 또다른 고객들이 식료품 매대 앞에서 딘앤델루카를 대표하는 빵과 쨈, 초콜릿 등 간식거리를 고른다. 회사원 김현진씨는 "딘앤델루카의 디저트를 좋아해서 주말에 강남점까지 가곤 했는데 회사 근처 본점에도 생겨서 편해졌다"며 "본점도 강남점처럼 트렌디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1차 새단장을 마친 신세계 본점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젊어졌다'이다. 어묵과 만두, 회전초밥, 자장면 등 평범한 식사류와 화과자, 전병 같은 고령층 타깃의 디저트류가 주였던 본점이 '고메 스트리트'라는 이름으로 재단장한 후 도심의 젊은 고객의 발길이 점점 늘고 있다. 딘앤델루카 뿐만 아니라 일본 전통 우동집 '누들바 바이 호무랑'과 홍콩식 딤섬을 대표 메뉴로 내세운 '크리스탈제이드' 등도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를 앞세워 입점했다.

이진수 신세계백화점 상무는 "국내외 유명 맛집과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앞세워 도심 고객 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 입맛도 사로잡으려 한다"며 "푸드마켓 역시 강남점과 SSG푸드마켓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공사중"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식품관이 단순 프리미엄 식품을 판매처를 넘어 전세계의 다양한 별미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고메이494 신설과 신세계 강남점의 디저트존 강화, 현대백화점 코엑스점 식품관 리뉴얼 등 강남권 백화점에서 젊은 소비자 미각을 사로잡기 위해 시작된 백화점 식품관 업그레이드 경쟁은 이제 강북은 물론 수도권, 부산 등 지방 상권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델리존(식당가)을 이용하는 고객이 다른 상품까지 구매하는 연관구매율은 70%가 넘는다"며 "무역센터점 리모델링 후 30대 매출 비중이 리뉴얼 전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도 "최근 지역 맛집, 디저트 등 백화점 식품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식품관을 찾은 고객이 자연스럽게 위층으로 향하며 쇼핑하는 분수효과 때문에 식품관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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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식품관 고급화는 갤러리아 명품관의 고메이494가 시초다. 2012년 9월 갤러리아 명품관은 집객 효과를 위해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고 그 결과 식품관 매출이 1년새 25%, 고객수는 60% 늘어났다. 특히 상부 패션층으로 고객을 확산시키는 역할도 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식품관의 매출 견인 효과를 확인한 경쟁사들 역시 줄줄이 이국적인 세련미를 맞춘 식당가 만들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전체 리모델링을 단행했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수원의 AK플라자 등의 식품관이 대표적이다.

식당가 뿐만 아니라 디저트존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해 8월 신세계 강남점에 입접해 대히트를 친 일본 오사카의 명물 몽슈슈의 인기에 오사카의 또다른 유명 롤케익인 '핫삐돌체'가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상륙했고,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청담동의 프리미엄 롤케익 '40192'가 지난 3월 정식 입점했다.

롤케익과 함께 치즈케이크의 향연도 백화점 식품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쥬니어스가 롯데 본점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고, 하와이 여행객이 줄 서서 맛 보는 '치즈케익 팩토리'도 롯데 본점과 잠실점에 둥지를 틀었다. 또 뉴욕의 수제케이크 전문점인 '레이디엠' 역시 지난 4월 신세계 본점, 강남점, 센턴시티점, 광주점에 입점했다.

백화점 식품관의 '흔한' 디저트였던 초콜릿도 화려해졌다. 현대 무역센터점에는 벨기에 수제 초콜릿 고디바가 입점해 지난 3월 화이트데이 당시 일매출 7,000만원의 기록을 세웠고, 롯데 본점에는 국내 장인이 만든 수제 초콜릿으로 유명한 제이브라운이 자리를 잡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2008년만해도 디저트 매출이 400억원 정도였으나 지난 해에는 900억원을 웃돌았다"며 "취급 브랜드도 10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 관계자는 "요즘은 맛집 트렌드가 패션보다 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식품관 팝업스토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최근 압구정본점에서 오픈과 동시에 고객들이 길게 줄 섰지만 30분 만에 동이난 홍콩 마약쿠키 '제니베이커리'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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