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3일] 갈팡질팡 '위피' 정책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3세대(3G)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미국ㆍ일본 등 22개 국가를 통해 시판에 나선다고 밝혔다. 3G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을까 기대했던 국내 마니아들은 우리나라가 해당 국가에 포함되지 않자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국이 3G 아이폰 판매대상국에서 빠진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 공급되는 휴대폰에는 한국형 무선 인터넷 플랫폼인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3G 이동통신 방식인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시장을 선도하면서도 외국산 휴대폰을 도입하기 힘든 것이 바로 ‘위피’라는 장벽이 있어서다. 노키아ㆍ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은 전세계 시장의 1~2%에 불과한 한국시장을 위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더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달 한미 통상협의에서 블랙베리와 관련, 위피의 면제 조건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위피 정책 업무는 부처개편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나뉘면서 더욱 혼선을 빚고 있다. 위피의 연구개발(R&D) 등 전반적인 업무가 지경부로 넘어갔지만 방통위와 지경부는 위피 의무내장 고시에 대한 유권해석 업무를 서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통상마찰을 우려해 캐나다 림(RIM)사의 블랙베리에는 기업용 법인 폰이라는 예외조항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틈이 생기자 이통사들도 해외 제조사의 스마트폰을 블랙베리 같이 ‘기업용 법인 폰’으로 들여올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무선 인터넷 산업 활성화 등을 목표로 만들어진 위피 의무화가 ‘골칫덩어리’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업계와 소비자다.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은 이러한 통신업계의 환경변화를 바로 따라잡지 못해 불안해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대로 보다 다양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빼앗기는 셈이다. 산업 진흥과 소비자 권익 향상이라는 딜레마 속에 이제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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