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반환점을 맞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화 정치'가 본격적으로 재가동되는 분위기다.
'대화 정치'는 국민들과의 매개역할을 하는 언론과의 잦은 만남으로 가시화되고있다.
지난달초부터 시작된 노 대통령의 '언론간담회' 시리즈는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7월8일), 정치부장단 간담회(8월18일), 지방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8월23일)로 이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은 지난 6월 '연정'(聯政) 제안을 계기로시작된 몇 차례의 '서신정치'를 통해 '글'로써 표출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표정도담을 수 있고, 뉘앙스까지도 전달할 수 있는 '말'로 변하고 있다.
불과 1시간여전에 일정을 통보하고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이뤄진 현안기자간담회도 최근 두 차례 있었다. 대연정(大聯政) 관련 기자간담회(7월29일), 불법도청 기자간담회(8월8일)가 그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이번주 들어 확연해진다.
지방사 편집국장 간담회에 이어 24일 청와대 기자단 오찬이 예정돼 있고, 임기반환점인 25일에는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될 KBS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할예정이다.
일반 국민들과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약 100분간진행될 TV '국민과의 대화'는 노 대통령이 전반기 국정운영 성과와 한계, 후반기 국정구상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같은 최근 일정은 참여정부 출범 초반 '국민과의 대화'를 포함한 평검사와의대화, 공무원과의 대화 등을 상기시키고 있다. 당시 '대화 정치'는 소수파 정부의한계를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개혁 의제를 설명하며 정국을 이끌어가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탄핵을 거치고,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를 통해 여대야소 정국이 형성된 후 노 대통령이 현안에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내는 형식은자제됐다.
총선 이후 일상적인 국정운영을 이해찬(李海瓚) 총리 중심의 내각에 맡기는 분권형 국정운영 도입과도 맞물렸다.
그런 측면에서 집권 반환점을 전후해 노 대통령이 다시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대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고싶은 절박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문제들을 고치겠다는 큰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며 "언론과의 대화는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언론과 창조적인 의제설정경쟁을 통해 건전한 경쟁.협력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선 직접적 계기는 내용적으로는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제시한 연정 제안"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대화 정치' 재개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초입,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 결코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개혁 '어젠더' 설정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는 동시에 지지층을 재결집시켜 후반기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정치적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만수(金晩洙) 대변인은 "이후 일정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닿는대로 언론을 비롯, 여론 주도층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말씀하시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개적 자리에서의 '말'은 정부의 최종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잦은 '대화 정치'는 역설적으로 국정운영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