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 집값 거품, 영향오나] (상)국제 금융시장 동조화 가속

선진국 경기둔화땐 한국 큰타격<br>IT·금융공학 발달로 자본 이동 빨라져…韓·美·日대출형태서 수익성까지 유사<br>저금리속 주택대출 급증에 집값 뜀박질…각국 금리인상 맞물려 버블경고 잇따라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직원들이 장기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모기지론 판매를 시작한 지난 5월 25일 고객들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글로벌 단일 시장이 굳어지면서 한국과 미국ㆍ일본 금융시장이 극히 유사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형태에서 수익성에 이르기까지 선진금융시장의 변화가 한국 금융권과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성은 부동산 시장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 선진국에서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 부동산 가격 버블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시기에 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금융권의 동조화현상은 자금시장 자유화로 하루에도 수조달러의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금리차를 이용한 아비트리지(arbitrageㆍ차익거래)의 기회가 약해지고, 바젤II와 같은 국제금융협약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보기술(IT)와 금융공학 발달로 금융상품이 단기화하면서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빨라진 것도 원인이다. 그러나 취약한 금융구조를 노출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미국등 선진금융권에서 버블 붕괴 또는 금리 변동, 대출 축소와 같은 시장 변화가 발생할 경우 금융위기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과거의 부동산 거품은 한국 경제 특유의 것이었지만, 지금의 부동산 가격상승은 국제적인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시장 변화에 주목할 필요성이 생긴다. 최근들어 글로벌 뱅킹시스템의 공동 화두는 주택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나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은행들의 경우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선호도가 높아져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 5개 시중은행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은 5월말 현재 73조1,910억원에 달해 지난해말에 비해 5.43% 증가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176조2,000억원으로, 2001년말의 85조4,00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도 주택관련 대출은 잔액은 크게 늘어 지난 2003년말 연방예금보헝공사(FDIC) 가맹 은행들이 보유한 주택관련 자산총액은 3조5,000억달러로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home equity loan)은 지난 2000년말에 비해 무려 80%가 늘어났다. 도심 재개발과 부동산투자신탁(REIT) 도입 등으로 인해 부동산대출이 급증한 일본은행의 지난해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액이 2003년에 비해 15.3% 증가한 8조1,780억엔을 기록했다. 또 신규대출에서 부동산업이 차지한 비중도 전년에 비해 3.0%포인트 증가한 19.9%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바젤II 협약 도입을 앞두고 전세계 은행들이 리스크 가중치가 적은 부동산 담보대출 등에 대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동조화 현상을 만든 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러다보니 각국 감독기관들이 금리인상과 맞물려 부동산 버블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도 지난해 미국주택가격이 11%나 상승함에 따라 향후 금리 상승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실화를 우려해 주택관련대출 위험관리 업무지침을 마련했다. 한국 금융감독원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대책을 마련해 투기지역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ㆍ일본의 은행 경영 형태도 닮은 꼴을 보이고 있다. 지난 1ㆍ4분기 부실 여신 감소로 대규모 순이익을 기록한 것부터 부동산대출을 늘리는 여신 경쟁을 벌이고, 파생상품과 방카슈랑스ㆍ투신상품 등 새로운 수수료 수입을 찾아 나서는 모습도 한국과 미국ㆍ일본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인 금리인상과 경기 둔화 시 한국 금융권의 경영여건도 동시에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은행 수익에도 국제적 동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미국ㆍ일본의 은행들은 지난 1분기에 대규모 순이익을 달성했다. 한국의 금융감독원이 잠정집계한 1ㆍ4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7,5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2%, 금액으로 1조466억원이 증가했다. 미국 FDIC가 발표한 미국 상업은행들의 1ㆍ4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7.7% 늘어난 342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3월 2004회계연도(2004.4~2005.3) 결산을 실시한 일본의 7개 대형은행의 순이익도 7,335억6,000만엔으로 전년도 6,381억엔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3개국의 은행들의 순이익 늘어난 배경도 유사하다. 국내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이 대폭 줄어들었고, 미국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축소와 M&A 관련비용 감소가 순이익 호조에 기여했다. 일본은행도 부실채권 처리손실이 전년의 절반 수준인 1조9,000억엔으로 줄어든 것이 순이익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경기흐름 동조화, 국제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른 과잉 유동성, 국가간 금융교류에 따른 선진금융기법의 활발한 교류가 이 같은 경영흐름의 동조화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적으로 금리가 인상되거나 주택가격 상승이 약화될 경우 은행들의 이익은 정체되거나 일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