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첫 삽 뜨는 행복주택 성공의 조건

박근혜표 공공주택 정책의 핵심인 행복주택의 윤곽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잠실과 송파를 비롯한 서울 6곳과 수도권 1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하고 연내 착공할 방침이다. 시범지구에 들어설 1만가구를 포함해 5년간 모두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시범지구 개발개요는 대체로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내놓은 개발 조감도만 본다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임대가격은 주변의 반값이니 금상첨화다. 무엇보다 업무ㆍ상업기능을 복합적으로 연계해 소형 임대주택의 맹점인 외딴 섬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고 사회적 단절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주목된다. 이는 낙후된 부도심의 도시재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 때문에 양쪽으로 갈라진 주거환경적 단절을 극복한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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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철도 위나 주변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이 새로운 형태의 도심형 임대주택으로 정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에 선정된 시험지구는 입지적으로 선호도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채워져 행복주택의 보편적 입지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1급지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20만가구 건설이 현실적인 목표인지 정부 차원에서 주도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실적 맞추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보금자리주택에서 익히 드러났는데도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과잉공급에 재정을 축내고 대규모 미분양을 초래한 게 보금자리주택이 아닌가.

좋은 품질의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관건은 재원이다. 주거복지 실현과 사회통합 차원에서 공공주택 건설에 대한 재정지원은 불가피하다. 국공유지를 활용해 땅값 부담을 줄인다고 하지만 시장원리를 무시하다가는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공공성과 경제성의 조화는 그래서 긴요하다. 반값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그린벨트를 훼손한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공공주택 정책 실패는 보금자리주택 하나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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