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지배구조 개편] 전자·에버랜드 인적분할 후 통합지주사 전환 등 거론

■ 어떻게 개편하나

이 회장 일가 보유 생명 지분 통합지주사 출자 가능성

전자·물산·생명·에버랜드 소그룹 체제로 운영 예상도

삼성 측은 "비용 많이 들어 지주사체제 전환 어려워"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은 순환출자구조 해소는 물론 금융·산업자본 분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그룹 내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하는 지분 정리일 뿐 삼성의 본격적인 지배구조 변화가 임박한 것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한 그룹 계열사도 지분 처분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삼성생명 지분 이동을 신호탄으로 지배구조 변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 둘러싼 제조계열사 순환출자 구조 해소=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삼성SDS·제일기획 등 4개 계열사는 보유하던 삼성생명 지분 1.63%를 이날 장 개시 전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3,118억원에 매각했다. 이들 회사의 지분 처분으로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19.3%)만 남게 됐다. 특히 이번 지분 처분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계열사→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졌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제조계열사들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금산 분리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이 물산·중공업·전기로부터 카드 지분 6.38%를 매입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소유구조 특징 중 순환출자구조와 금융·산업자본 혼합 문제가 그동안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이번 거래로 제조 계열사들의 삼성생명과 관련한 순환출자가 해소됐다"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제외하면 그룹 소유구조의 특징이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삼성에버랜드 인적분할 후 지주사 전환 예측도=삼성그룹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6%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를 취득 가격이 아닌 시가 기준으로 바꿔 총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여서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 측은 순환출자구조 해소는 물론 지배구조 재편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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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단 삼성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한편 전자와 물산·생명·에버랜드 등 주축 회사를 중심으로 소그룹 형태로 운영하다 결국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를 인적분할해 각각의 지주회사를 만든 뒤 이를 합쳐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장 일가가 삼성생명 주식을 통합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한 다음 금융지주회사를 분할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교수)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는 금산분리를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며 "대주주와 소액주주·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윈윈하는 해법을 삼성이 찾은 것으로 보이고 결국은 이를 해소하는 막대한 자금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경쟁력 확보가 목적, 승계 위한 정리 아냐"=삼성 측은 "순환 출자를 해소하고 사업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지 승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3세 경영자가 가진 지분은 거의 변동하지 않을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3세의 분할 승계가 이뤄지려면 이들이 가진 특정 회사 지분이 늘어야 하는데 최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으로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의 합병사 지분율이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지분 변동은 전혀 없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예상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검토 결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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