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부동산 공부' 열기 후끈 "정부 정책 믿으면 바보…직접 연구해 내집 마련"관련서적 판매 30%나 늘고 야간강좌 직장인들로 만원…고교생도 중개사시험 준비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올해 직장 10년차인 이모(38)씨는 요즘 매주 한번 퇴근 후 부동산 강좌를 듣는다. 3년 전에 놓쳐버린 아파트 구입 기회를 다시 갖기 위해서다. 이씨는 "당시보다 집값이 너무 올라 어디를 사야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강좌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은 후 이번에는 기필코 집을 장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정부 말만 믿고 당시 집을 사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말 하락을 공언하다 3년 안에 반드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궤도를 수정한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집 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몸부림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씨처럼 최근의 부동산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공부에 나선 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가 하면 부동산 관련 책들이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정부의 부동산 과열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전국은 지금 부동산 스터디 열풍에 푹 빠졌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인 집값 상승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큰 서민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배워보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강좌ㆍ서적 코너에 몰린다=서점가 역시 부동산 관련 책들을 찾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0월에만 부동산 관련 서적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0%나 급증했다. '닥터 봉'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봉준호씨의 '부동산SHOW', 노두승씨의 '부동산 보물 지도'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게 서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학 등에서 개설되는 부동산 강좌도 인산인해다. 수강료가 40만원대에 달하는 고액이지만 이마저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연세대 사회교육원에 개설된 부동산 강좌를 듣고 있는 김모(34)씨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이제 믿지 않는다"며 "요즘 분위기를 보면 재테크 방법으로 부동산 투자밖에 없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수강생들의 대부분은 직장인들"이라며 "수강료가 비싸지만 최근에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라고 전했다. ◇고등학생까지 '공인중개사 도전'=최근에는 고등학생들까지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J고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개업소를 차리려고 하기보다는 재테크를 위한 필수코스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고등학생들까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 지원자는 14만7,402명으로 지난해(15만1,636명)보다는 줄었다. 그러나 이는 착시현상이라는 게 학원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2004년 치러진 공인중개사 시험이 난이도 논란에 따라 지난해 5월 추가로 다시 치러지면서 재수생들이 대부분 이때 구제됐고 대신 새로 공부를 시작한 지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벤처열풍과 흡사=집값 상승은 조용히 지내던 서민까지 '이대로 있다가는 영영 집을 장만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때문에 너도나도 부동산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거 벤처열풍 때와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S기업에 다니는 김모 부장(41)은 "요즘 회식자리에서도 부동산 얘기뿐"이라며 "과거 벤처열풍 때처럼 '무슨 주식이 얼마나 올랐다'며 주식바람이 불던 것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 역시 "늦었지만 물 좋은 지역에 아파트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서 귀동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책임한 부동산정책으로 부동산에 큰 관심이 없던 서민들까지 집을 사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나중에 부동산 버블이 꺼져도 뒤늦게 상투를 잡은 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11/03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