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심화되면서 건설업계에 대규모 인력감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그룹계열 모 대형 건설사가 1,2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감축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거액의 적자를 낸 건설사들은 이미 인력감축에 착수했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올 초 주택사업 비중을 대폭 줄이기로 한 동부건설의 경우 올해 들어 인원을 지난해 초 대비 17%나 감축했다.
동부건설의 한 관계자는 "주택사업본부를 건축주택본부로 합병시키는 등의 조직개편으로 발생한 인력감축과 그룹의 새 먹거리인 발전사업을 위해 계열사로 이동한 인력 때문에 전체 인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3분기 연속 이어진 '어닝쇼크'로 인해 누적 영업손실만 1조553억원을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도 3·4분기 계약직 인원이 전분기 대비 9%가량 줄었다.
또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그룹의 자금지원을 받은 두산건설 역시 최근 차·부장급 2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A건설사도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인력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다소 양호한 건설사들도 인력감축을 통한 원가 줄이기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4일 기존의 5부문·10본부·6실·1원(기술연구원)에서 부문제를 폐지하고 5본부·11실·1원 체제로 개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임원 수를 대폭 줄일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후속 인사가 나야 전체 임원 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 수 있지만 조직개편이 슬림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임원축소는 불가피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건설업계 전반에 부는 구조조정 바람은 단순히 각 업체의 인력감축에서만 그치지 않고 다른 전후방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010년 산업연관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건설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2.123으로 28개 산업 중 5위를 차지했다.
고용유발계수가 6.74에 불과한 제조업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건설업계가 호황을 보이면 그만큼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불황 때는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생산유발계수도 건설업은 2.104로 제조업(2.071)과 서비스업(1.833)보다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다.
실제로 주택경기 불황으로 중견 건설업체의 워크아웃이 줄을 이으면서 인테리어나 이사업체 등 유관산업은 고사 직전까지 몰려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형 건설사의 구조조정은 일개 한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치부하기에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며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현재 우리 사회의 화두가 일자리 창출인 만큼 위기에 몰린 건설업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