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7월 2일] 비벼야 산다

'비빔밥'의 시대다. 두개 이상의 산업과 학문이 서로 섞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융ㆍ복합과 통섭이 대세다. 산업현장에서는 의학과 공학, 정보기술(IT)과 조선ㆍ자동차ㆍ항공 등 전혀 다른 업종 간 융ㆍ복합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융ㆍ복합을 이끌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물리ㆍ화학ㆍ생물ㆍ지구과학이 하나로 합쳐지고 이과대ㆍ문과대가 통합되는 등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산업과 학문이 스스로 정체성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영역 구별은 의미조차 사라지는 추세다. 타임오프등 사회이슈 갈등 심각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 기념 기획행사로 지난 3월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매달 한번씩 열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초청특강에 그동안 강사로 나선 정준양 포스코 회장,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모두 예외 없이 통섭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어느 한 분야를 잘아는 것만으로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여러 학문을 두루 섭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래에 펼쳐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비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금융과 산업 분야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이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을 화두로 내세웠다. 융ㆍ복합과 통섭의 '비빔밥 문화'는 시나브로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강호들을 제치고 원정 첫 16강이라는 위업을 이룬 것도 감독과 선수, 선후배 간 어울림이 어느 때보다 잘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장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거가 아닌 운동 선배로서 후배들과 섞이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자신'을 '우리'에 버무린 것이다. 투지만 가득하던 예전과 달리 선후배 선수들이 함께 어울려 '노바디 댄스'를 추는 모습은 완벽하게 어우러진 비빔밥의 모습이었다. 이들 덕분에 한동안 온 나라가 하나 되는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잘 비벼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세종시와 4대강, 북한, 무상급식,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 등의 이슈 앞에서 우리 사회는 진보ㆍ보수, 충청권ㆍ비충청권, 환경론자ㆍ개발론자, 노동계ㆍ경영계로 갈라져 있다. 각자 자신의 논리만 주장하며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특히 7월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에 대한 노동계ㆍ경영계의 갈등은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다른 사안들보다 더욱 심각하다. 올 단체협상을 시작한 금속노조 사업체 170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타임오프 문제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쌍용자동차ㆍ현대중공업 등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편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누리던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조와 새 노조법 시행을 계기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사용자 측이 제로섬 경쟁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비빔밥처럼 노사도 하나되길 노와 사의 갈등구조는 태생적이다. 하지만 정반합의 원리처럼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합리성을 띠며 진화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의 노사 역사가 그랬다. 타임오프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시간을 약으로 삼기에는 사회 갈등비용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노사문제를 힘으로 풀던 시절은 지났다. 노조 전임자가 줄어든다고 노동자들의 권익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계는 새로운 환경을 거부하지 말고 타임오프의 테두리 안에서 변화 방안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타임오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CEO나 노조위원장 등 조직 리더들은 비비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비빔밥의 묘미는 하나의 그릇 안에 여러 재료가 어울려 새로운 맛을 내는 데 있다. 단지 물리적으로만 섞이는 개 아니라 화학적으로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비비자. 이것이 내가 살고 네가 살고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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