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추경부터 하자는 전직 경제부총리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총리 재임 시절인 지난 2003년 누구보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재임 1년간 두 차례에 걸쳐 7조5,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모자라 이듬해 예산안 국회 통과 과정에서 증액을 요청, 본예산마저 8,000억원을 늘렸다. 적자재정을 감수하며 팽창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균형재정을 내세웠던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게 돈을 쓰고도 물러나는 자리에서 그는 "균형재정의 도그마에 빠져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때의 추억이 남아서일까. 김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6월 임시국회에서 당장 6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할 것을 한나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구제역으로 인한 지방 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중앙정부의 보전을 이유로 들었다. 추경을 펴자는 그의 주장은 뜬금없다.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 국회의원 누구보다도 경제관료로 잔뼈가 굵은 정책통이기에 그렇다. 그가 부총리로 있었던 2003년은 카드사태로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가장 어려웠을 때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2.8%에 머물렀고 정부는 무엇이 됐든 강력한 경기부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당시와 나라 안팎을 둘러싼 정책 환경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민주당 스스로가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 정책으로 정부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이명박 정부 3년 내내 비판해오지 않았나.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나랏빚이 392조8,000억원이고 개인ㆍ기업ㆍ정부 부채를 모두 합치면 국내총생산(GDP)의 2.2배인 2,500조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너무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물가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때,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풀자는 주장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민주당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의 거듭된 실정으로 이제까지 유권자들의 표를 모았다면 지금부터는 명실상부하게 정책과 대안으로 정부 여당과 승부할 때다. 대책 없는 선명성 투쟁에 나서라고 민주당 의원들이 부총리를 2번이나 역임한 정책통을 원내대표로 선출한 건 아닐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