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화업계/생산감축·전략제휴 확산될듯(구조조정 회오리)

◎합성섬유 30∼50%·수지 20∼30%/중복 경쟁·신규 진출 등 자제 전망/외국 “담합” 제기 가능성 걸림돌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출범을 계기로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유화업계의 구조조정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92년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참여를 계기로 국내 수요의 2배가 넘는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IMF시대를 맞아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최근들어 최대의 수출시장인 동남아지역이 금융위기로 수요가 감소일로에 있고 유럽, 일본, 미국 등 세계적인 화학업체들은 전략적 제휴·회사간 통폐합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국내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에는 연산 55만톤급의 현대석유화학 제2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업계는 IMF시대를 맞아 구조조정의 태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예상하고 있는 유화산업의 구조조정은 ▲감산 ▲업계간 인수합병 ▲업계간 제휴에 의한 역할분담 등 3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감산은 업계가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스스로 감산을 통해 물량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합성섬유업계는 벌써부터 감산에 나섰으며 앞으로 PVC(폴리염화비닐),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등 합성수지류도 대규모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함성섬유의 경우 생산능력의 30∼50%, 합성수지류는 20∼30%까지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감산은 업계가 공동전선을 펼경우 외국으로부터 「담합」의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제휴도 확산될 전망이다. 전략적 제휴는 업계간 경쟁부문을 서로 회피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과 현대, 대림과 호남석유화학 등 몇몇 업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략적 제휴가 그 증거. 업체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경쟁분야에 대한 신규진출을 자제하고 자사의 주력분야에 투자를 집중,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투자비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대림과 호남석유화학은 최근 자사의 주력품을 상호공급키로 했으며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함께 입주해 있는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은 양사의 공장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 원료를 상호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LG화학은 스티렌모노머와 ABS 등에 한화종합화학은 PVC와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에, 삼성종합화학은 합성섬유 원료인 고순도텔레프탈산(TPA)과 스티렌모노머 등으로 주력분야를 정해 투자를 선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가장 낙관적으로 본 경우다. 업계는 사태가 악화될 경우 업계간 강제적인 인수·합병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효성이나 동부화학이 대한유화를 인수하고 소규모 유화플랜트를 갖춘 중견그룹의 유화부문을 타그룹에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의 관계자는 『밖으로 수요감소, 안으로 긴축경영이 전개되는 내년에는 각고의 변신은 불가필 것』이라며 『자동차·철강 등의 업종처럼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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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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