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나모인터랙티브. 지금은 붕괴된 「한컴신화」가 「내수용」이었다면 「나모신화」는 「세계용」이어서 더 관심을 끈다.
나모는 지난 6월말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업무용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일본 에모리상사에 대규모로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인터넷에 집(홈페이지)을 짓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인 「웹에디터」다. 규모는 3년간 600억원. 이 가운데 나모가 챙길 수 있는 돈은 약 180억원. 거의 대부분이 순이익이다.
직원 35명에 지난해 매출이 고작 12억원이었던 회사가 600억원 어치를 수출했으니 엄청난 성공임에 틀림없다. 「신화」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나모신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소프트웨어 판매업체인 미국 디지털 리버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또 독일의 소프트웨어 유통회사 와스카(WSKA)와도 곧 판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본을 발판 삼아 미국·유럽 등 선진국까지 점령하려는 것이다.
나모신화은 이미 충분히 예견됐었다. 웹에디터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이 분야 세계 최강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프론트페이지」와 IBM의 「홈페이지빌더」를 밀어내고 시장점유율 70%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신화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기에는 사람이 있다. 한컴신화의 주역이 이찬진이었다면 나모에는 박흥호 사장이 있다. 박사장은 한때 한글과컴퓨터에서 이사장의 동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박사장은 「나모신화」라는 표현에 고개를 젓는다.
부담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그보다는 「신화」라는 말의 어감이 싫어서다. 신화는 땀과 노력 대신 그 결과만을 강조한 말처럼 들린다.
웹에디터가 돌풍을 일으키기까지는 꼭 4년이 걸렸다. 『그 기간동안 밤과 낮이 따로 없었다.』 그 뿐인가. 『4년간 단 한 번도 여름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그에겐 「신화」로서의 결과보다 이런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품」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신화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그는 거품을 읽는다. 주식의 속성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내실 없는 돌풍은 결국 거품처럼 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초심을 지키는게 거품을 제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는 점도 초심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그는 믿는다.
하지만 시장은 오히려 그런 그를 더 높이 평가한다. 수출이 성사된 뒤 박사장은 거의 매일 전화 공세에 시달린다. 투자자들이다. 하루에도 보통 서너 통씩 걸려온다. 투자방법을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박사장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프리미엄은 40뱁니다.』 그렇게 말하는데는 속뜻이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나모에게서 「거품」을 보는 투자자라면 박사장도 원치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모인터랙티브는 실제로 올해말이나 내년초 코스닥 시장에 등록할 계획이다. 공모가는 최소 20만원(액면가 5,000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박사장이 이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89년. 오랜 희망이었던 교사의 꿈을 접고 고 공병우 박사를 따라 한글문화원에 들어가면서다. 그때 이찬진사장을 만나 함께 한글과컴퓨터를 만들고 「신화창조」의 주역이 됐다.
박사장은 어느날 훌쩍 한컴을 떠나 나모인터랙티브를 창업했다. 그리고 4년.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 큰 충격을 주며 몰락한 「한컴신화」의 빈자리를 이제 박사장의 「나모신화」가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박사장은 「나모신화」를 거부하지만 그럴수록 「신화의 꿈」은 착실히 다져질게 틀림없다.
/이균성 기자 GS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