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 3%대 진입… 한은 경기낙관 “두고 보자”

(中) 금리정책 딜레마 “금리인하압력을 안팎으로 받으니…. 힘들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부동산투기를 신경쓰지 않을 수도 없어요. 경기부양효과는 한계가 뻔하고…” 한국은행의 한 간부는 금리 때문에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11일 한 때 3%대로 진입하며 정책목표인 하루짜리 콜금리(4%) 아래로 떨어진 것은 그 자체로 금리를 내리라는 `시장의 압력`이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추세가 워낙 강하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외톨이 금리정책으로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개방경제의 파고가 높아졌다. 그렇다고 당장 금리를 내리기란 한은으로서는 더욱 힘들다. 지난 5월13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린 후 부양효과는 없고 부동산투기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은의 `하반기 경기회복낙관`이라는 시각을 공식화했다는 점도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금리정책에 옮겨 붙은 고민의 불씨는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채권시장거품 오래 가지 않을 것”=박승 총재는 이 날 금통위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3년물 국고채금리가 콜금리 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해 “초저금리와 채권시장 과열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이로 인한 국채시장의 거품은 우려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어 “이러한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지속돼서도 안 된다”고 전제한 후 “카드채 문제 등 금융부문의 위험요인이 제거되고 경기가 회복돼 설비투자가 늘고 증시가 좋아지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통화ㆍ금리정책을 통해 대응할 문제가 아니며 경제가 좋아져야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 금리동결 하반기에도 이어질까=시장참여자들은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박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에 차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회복 조짐과 세계증시의 호전 등이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데 금리를 왜 내리겠느냐`는 뜻이 포함돼 있다. 이날 박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전혀 안 해 시장의 기대심리를 의식적으로 차단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시장의 기대가 너무 한 쪽으로 쏠리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가 예민한데 쉽게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국채 발행물량이 상반기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오히려 금리인상요인이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경기동향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바로 7월에 금리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시장은 정부ㆍ한은 못미더워해 =문제는 `시장`이 이 같은 낙관론을 믿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장ㆍ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기본적으로 `불황`이 오래갈 것이라는 경기 비관론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이 가시지 않는 한 금리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당국이 시장을 `컨트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금리를 인하하면서 박승 총재는 이미 4%선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완화책을 추가로 쓸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며 “2ㆍ4분기 성장이 1ㆍ4분기에 비해 훨씬 떨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근거가 확실치 않은 하반기 낙관론에 기대 투자전략을 세울 곳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4%대 성장을 지나치게 강조한 후 경기회복에 대해 일관성 없이 언급한 데서 거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싹텄다”며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5월에 금리를 인하한 것이 결과적으로 금리정책을 딜레마에 빠지게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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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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