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절박한 희망

김주성 KT미디어허브 대표


어릴 적 읽었던 책에 나온 21세기는 '첨단 문명 발전에 힘입어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상'이었다. 새로운 천년 이후 강산이 두 번 변했다.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세상은 무지갯빛 이상향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어떤 면에서 삶은 더 팍팍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한 해를 되짚어본다. 고도성장의 속도계는 이미 오래전에 멈췄다. 전세계적인 불황의 기세가 여전히 매섭다. 사회구성원 간 대립과 갈등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하다.


그럼에도 가는 해의 끝자락에서 '희망'이라는 화두를 꺼낸다. 그리고 2014년의 시동을 건다. 희망은 원래 어려움 속 절박함에서 더 환하게 피어난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판도라의 상자 안에 있던 모든 것이 날아갔다. 단 하나, 희망만 끝까지 남아 인간에게 허락됐다. 신이 봉인해놓은 항아리 속에는 갖가지 재앙과 희망이 섞여 있었다. 그건 '재앙의 치료는 궁극적으로 희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생길은 언제나 위태롭고 힘든 여정이다. 어려움과 위험은 늘 우리 앞길을 막아선다. 등불이 어두울수록 진가를 발휘하듯 희망도 마찬가지다. 또 희망은 위기를 헤치고 나가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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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신설 법인의 대표로 직원들 앞에 처음으로 섰다.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 다양한 경험을 가진 구성원을 마주하면서 결코 만만찮은 한 해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일은 회사의 비전에 대한 진정한 합의였다. 단순히 목표를 정하고 공유하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해 구성원들이 같은 희망을 가질 때, 내가 5년 후 다니고 싶은 회사에 대한 희망이 일치할 때 가능한 일이다. 발전하는 회사, 월요일 출근이 기대되는 회사,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회사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최고의 미디어 콘텐츠 회사'라는 비전을 세웠다.

비전이 구성원 사이를 깊숙이 파고들어 하나의 희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희망을 공유하는 직원이 많을수록 의미가 클수록 회사의 발전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할리우드 콘텐츠와 각 나라의 토종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이방인이 개척해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철강산업이 길을 보여줬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의지와 희망으로 오늘날의 위치에 올랐다. 미디어산업도 마찬가지다. 한류가 보여주는 가능성과 성장 중인 국가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아시아 최고의 회사'도 가능하다.

성패는 밖에 있지 않다. 희망에 대한 우리 내부의 절박함에 달렸다. 채워지지 않은 목표를 향한 절실함 속에 희망은 늘 가슴에서 뜨겁게 살아 있다. 이런 설렘은 동료와 구성원들에게 전해져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새해를 맞아 한 해의 소원을 생각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365일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러나 절박함의 온도 차는 크다. 새해가 시작되는 이번주는 '올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심정으로 절실함을 떠올리자. 절박한 희망을 품어보자.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라는 식의 희망이 아니다. 2014년은 모두에게 더 큰 희망을 품으라고 외친다. 그 외침에 가슴으로 귀기울이고 화답하기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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