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값의 차별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도봉구와 은평구는 가격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금천구 등 재건축 및 역세권 개발지역은 강세를 보였다. 지수상 아파트 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전체 아파트의 절반가량이 하락하거나 가격 변동이 없는 등 위치와 개발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18일 스피드뱅크가 300가구 이상의 서울지역 주요 아파트 2,473개 평형을 대상으로 올 아파트값 변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2%인 783개 평형은 연초 수준에 머물었으며, 17%인 417개 평형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 49%에 달하는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연초 이후 평균 1.7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재건축 등 가격 상승재료가 없는 지역의 경우 가격 정체현상은 더욱 심했다. 지난 해 뉴타운 개발계획 발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던 도봉구와 은평구 지역에서 가격이 상승한 아파트는 각각 14.4%, 은평구28.3%에 불과했다. 특히 도봉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고 조사 평형 118개 평형 중 17개 평형만이 연초보다 값이 올랐을 뿐 47개 평형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실제로 도봉구 창동 주공4단지 17평은 지난해 말보다 가격이 500만원 하락, 현재 8,5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은평구 역시 53개 평형 중 15개 평형만이 연초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 증산동 우방 25평은 현재 1억5,000만~1억7,000만원 선으로 지난 해 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광명역세권 개발지역과 인접한 금천구는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실제로 금천구는 연초대비 3.82% 올랐고 전체 평형 중 86%가 연초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연초 2억원을 넘지 못하던 금천구 독산 주공14단지 28평형은 현재 2억2,00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전체 평형 중 60% 이상 상승한 지역은 중구(80%), 강동구(62.5%), 성동구(63.2%), 양천구(68.3%), 용산구(63.3%), 종로구(64.5%) 등으로 집계됐다.
스피드뱅크 홍순철 팀장은 “올들어 아파트 값이 올랐지만 강북 등의 기존 아파트는 최근의 주택시장 과열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재건축단지와 분양권에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