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차조사 결과를 보면 재벌들은 부당내부거래 9단을 벌써 뛰어넘어 달인의 지경에 와있다.현대그룹의 경우 고객들이 신탁자산으로 맡긴 돈을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사용했으며 페이퍼 컴퍼니인 해외 역외펀드를 계열사 지원에 동원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한미, 한빛, 하나, 외환은행에 국제결제은행(BIS)자 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후순위 대출을 해주고 은행은 삼성자동차등 계열사가 발행한 저리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특수관계인을 부당하게 지원하는가하면 이미 친족분리된 회사에 대한 지원도 서슴지 않았다. 기업구조조정은 미명(美名)에 불과했다.
수익증권 판매보수 과다 지급, 광고비 대지급, 무이자 자금대여, 회사채 중개수수료 저가 수령, 유상증자 참여, 건설공사대금 미수령,저리 무보증사모사채 우회 인수, 사무실 저가임대등 재벌들의 계열사 부당지원형태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지난 1,2차조사때 부당지원의 주종을 이뤘던 기업어음(CP), 후순위채, 환매조건부채권(RP)의 고가매입은 누구나 하는 낡은 수법이 됐다.
◇계열금융기관의 사금고화 =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계열사지원수법이다.
현대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현대투자신탁증권에 대해 어음할인 또는 콜론제공을 통해 2조4,770억원(평잔기준)을 시장실세금리보다 낮은 이자율로 연계대출했다. 현대가 계열사 대출에 적용한 이자율은 어음할인의 경우 시중실세금리보다 적게는 0.7%포인트 많게는 8.26%포인트나 낮았으며 콜론의 경우 최대 2.76%포인트에 달했다.
공정위는 현대외에도 계열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금융관계법령상의 대출한도를 초과하면서까지 계열회사에 자금을 저리로 대출하기도 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지원 = 삼성SDS는 지난 2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321만 7,000주, 230억원어치를 주당 7,150원에 발행하고 이를 삼성증권, SK증권을 통해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씨와 이학수(李鶴洙)구조조정본부장, 김인주 전무등 6명에 매각했다.
삼성SDS의 BW가격 주당 7,150억원은 당시 장외거래가격인 5만4,750원에 8분의 1가격에 불과했다. 삼성SDS의 장외거래가격이 한때 17만원을 호가했음을 감안할 때 5조원 이상의 매매차익이 발생한 셈.
5대재벌은 우량한 비상장 계열회사가 BW를 발행해 특수관계인에게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함으로써 계열회사가 상장할 때 지배권을 강화하거나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조사결과는 말해준다. ◇교차·우회지원 = 계열사지원에는 해외 역외펀드가 동원되는가 하면 은행, 종금사를 중간자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현대증권, 현대전자, 현대상사, 현대자동차, 현대종금등 5개 계열사가 설립한 역외펀드은 COGI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 3.3달러임에도 다른 역외펀드를 통해 이 펀드와 연계된 주식연계형채권을 주당 10달러에 총 1,690주나 매입해줬다. 결국 5개 계열사의 부실을 만회해 주기위한 거래였다.
◇친족분리회사 지원 = 삼성전자는 경수종합금융이 발행한 기업어음 450억원을 75억원씩 6회에 걸쳐 14.7∼24.5%의 할인율로 매입해주고 경수종금으로 하여금 친족독립경영회사인 (주)새한이 발행한 기업어음 300억원어치를 개별정상할인율보다 최고 13.0%포인트가 낮은 15∼25.5%의 할인율로 매입하도록 했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