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본격 논의

사개위 분과회의서 찬반논쟁 '팽팽'…최종 결론 주목

민사 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징벌적 배상제도'가 국내에 도입될 지 관심이다. 불법행위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실제 피해액뿐아니라 징벌적 의미의 배상액을 추가로 부가해 불법행위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의 이 제도는 미국 법원에서 시행되고있다. 작년 항소심에서 기각되긴 했지만 미국 마이애미 법원이 4년전 흡연자들이 라이트 담배가 보통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믿도록 기만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주요 담배회사들에 1천270만달러의 `보상적' 손해 배상금과 1천450억달러의 `징벌적'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렸던 것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수년전부터 이 제도의 도입 제안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을뿐 법조계에서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못해왔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최근 이 제도의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를 제 1분과위원회에 상정, 심의에 들어갔다. 13일 사개위에 따르면 제 1분과위는 지난 5일 열린 7차 회의에서 이 제도의 장단점을 검토해온 전문위원 2명으로부터 연구보고를 받고 위원들간 의견을 교환하는시간을 가졌으나 찬반 양론이 맞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인회 전문위원(변호사)은 보고서를 통해 "(악덕)기업으로서는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의 수준이 소액일 경우 끊임없이 불법행위를 감행하고자 하는 욕구가 상존한다"고 지적하면서 "구조적 강자에 의한 불법행위를 근절시켜법치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해결방안 중 하나는 징벌적 손배제도"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 제도가 특별히 도입되어야 할 분야로 ▲제조물 책임분야 ▲기업에의한 환경 침해 ▲노동법 분야 ▲증권거래 분야 ▲인권침해 소송 등을 꼽았다. 반면 홍승면 전문위원(부장판사)은 다른 보고서에서 "이 제도는 나름대로의 장점과 역할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재판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르는부작용 등을 모두 종합해 볼때 도입 필요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단지 "만일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개별입법을 통해 징벌적손배가 인정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배상액수의 상한을 합리적 범위에서제한하며 배상액수의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 문제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제안했다. 분과위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들 사이에서는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불법행위를 억제하고 예방하는 효과는 이 제도가 형벌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도입 찬성론과 "기존의 위자료 제도나 집단소송의 시행 등으로 많은 부분을 보완, 개선할 수 있는데도낯선 제도를 도입해야 할 지 의문"이라는 반대론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에따라 분과위는 이 제도의 도입 여부와 함께 만약 도입을 한다면 배상액의 결정이나 한도를 어떻게 할 것인 지 등에 대한 논의를 오는 19일에 열리는 8차 회의에서 계속해 나가기로 하고 회의를 일단락지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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