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쇼팽·들라크루아 통해 본 죽음의 의미

■ 장송 (히라노 게이치로 치음, 문학동네 펴냄)


히라노 게이치로는 교토대 법학부에 재학 중이던 1989년 ‘일식’으로 당시로선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범상치 않은 문체와 독특한 주제로 평단은 물론 대중의 인기까지도 한꺼번에 차지하며 일본 문학의 기대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책은 ‘일식’, ‘달’과 함께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시대와 장소를 그리는 이른바 ‘전환기’ 3부작의 마지막 편. 소설의 주 무대는 1840년대 프랑스. 일식의 배경이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전화기였고 달의 배경이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는 시기였던 것처럼 장송은 1840년대 프랑스가 2월혁명을 통해 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옮겨가는 격변의 상황을 무대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낭만주의 시대의 절정을 살다간 두 예술가 쇼팽, 들라크루아다. 피아니스트 쇼팽, 화가 들라크루아, 시대의 여걸이었던 조르주 상드의 삶과 사랑이 장중한 문체로 펼쳐진다. 쇼팽이 1846년 11월 연인 조르주 상드와 지냈던 노앙을 떠나 파리로 돌아온 날부터 그가 죽음에 이르는 3년여의 시간이 두권의 책 속에 담겼다. 장송의 해외 번역은 한국이 처음이다. 번역자조차 혀를 내두르는 저자의 까다로운 글쓰기 방법에도 불구하고 심오한 주제와 철저한 고증을 통한 생생한 현장감은 상하권 1,600쪽의 분량의 책에 강한 흡입력을 불어 넣는다. ‘장송’ 국내 출판을 기념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저자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 살인마저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현재 상황이 장송의 시대적 배경인 19세기 유럽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히라노는 한 살 때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한 후 죽음의 문제가 인생의 가장 큰 주제가 됐다고 한다. 그는 “쇼팽과 들라크루아의 삶을 다루면서 인간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풀어보려 했다”고 말했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의 백미로 꼽는 2부 초반부의 쇼팽 연주회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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