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생광·이응노, 한국현대미술 주도"
월간 '아토 인 컬처' 베스트작가 선정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할만 한 작가는 누구인가. 자의적인 판단의 위험도 있고, 단순 통계적으로 선호도를 비교해서 끝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들에게 "한국 현대미술을 꽃피운 작가는 누구이냐?"라는 질문을 던져 건져낸 자료를 통해 우리시대의 미술 흐름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수단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제호를 바꾼 월간 'art in culture'(옛 제호 art)는 전국 미술평론가와 큐레이터 21명이 베스트 작가 10인을 선정한 결과를 1월호에 게재했다. 이들은 195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를 뽑았다.
우선 가장 많은 복수 추천을 받은 작가는 한국화가 박생광과 이응노 두사람으로 각 8명의 추천을 받았다. 서양화가 박서보와 비디오작가 백남준은 각 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서양화가 박수근과 이우환은 6명씩에게서 추천받아 가장 많은 추천회수를 기록했다.
서양화가 김환기와 조각가 이승택도 각 5명의 추천을 얻어 10위권에 들었다.
조각가 권진규, 서양화가 김구림,신학철, 판화가 오윤은 각 4명으로부터 추천됐다.
윤범모 경원대 교수는 박생광의 경우, "나이 70대에 혁신을 이루어 채색화로 민족 미술의 신경지를 이룩한 작가이다"면서 "전통적 채색화의 특장을 살려 불화, 무속화, 민화 등을 원용하면서 역사의식을 껴안았다"고 말했다.
또 이응노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민족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화가이다"면서 "초기의 묵죽화에서부터 만년의 '통일무'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작업은 국제무대에서도 각광받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었던 작가들, 특히 모노크롬 회화계열에서는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정창섭, 정성화, 하종현 등이 추천됐다.
그러나 이들을 잇는 2세대 작가들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집단적 미술운동의 경우 결국 운동의 효력이 상실되면 몇몇 대표작가들만 남는다는 점을 재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또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걸쳐 행위 설치미술을 주도했던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운동 1세대들이 재평가되었다. 90년대 이후의 설치 미술 강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승택, 김구림, 박현기, 이건용 등이 그들이다.
80년대 민중미술을 이끌었던 작가들 중에는 신학철, 오윤, 민정기, 임옥상, 이종구, 홍성담 등이 추천되었다. 민중미술이 한국 미술사에 던진 강렬한 충격파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한국화 작가는 18명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이응노, 김기창의 뒤를 잇는 해방 이후 1세대 작가들 중에는 권영우가 포함되었지만, 많은 작가들이 누락되어 있다.
현재 한국 미술의 유행과 연결해서 생각해볼만 한 대목이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부쩍 늘어난 점도 특이할만 하다.
한편 모두 115명의 추천작가중 남성이 102명인 반면 여성은 13명에 불과해 현대미술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작음을 반영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중섭은 2명의 추천을 받았는데, 이는 그가 1956년에 요절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보인다.
이번 선정에는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 윤범모 경원대교수, 윤진섭 호남대 교수, 장석원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최병식 경희대 교수, 최열 가나미술연구소 기획실장 등이 참여했다.
이용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