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연장전이 벌어진 18번홀(파5). 3m 남짓한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살짝 왼쪽으로 휘어지더니 그대로 홀에 떨어졌다. 두 팔을 들어올린 이은정(21)은 몇 분 뒤 우승트로피를 받은 뒤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또 한명의 ‘세리 키즈’ 세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군단의 무서운 ‘영건’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이은정이 6일(한국시간)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메도우스GC(파71ㆍ6,428야드)에서 열린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버디 2개를 보기 2개로 맞바꾼 그는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 4타를 줄인 모건 프레셀(미국)에게 추격당했지만 연장 첫번째 홀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터뜨렸다.
지난 2005년 전국구 아마추어대회인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 우승으로 잠시 주목 받았던 이은정은 지난해 데뷔한 LPGA투어에서 톱10에 한번도 들지 못했으나 통산 24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따내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올 시즌에도 7차례 출전에 4차례 컷오프됐던 그는 2년간 옥죄었던 조건부 시드권자의 족쇄를 벗어던졌고 상금 21만달러를 손에 넣었다. 이번달 열리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출전권도 받았다. 한국선수의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5승째도 그의 손으로 이뤘다.
우승이 쉽지는 않았다.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은정은 3번홀까지 2타를 줄여 6타나 앞서가며 무난히 정상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9번과 16번홀에서 벌었던 1타씩을 잃으며 위기를 불렀다. 한 조 앞의 프레셀이 15번홀까지 2타를 줄인데 이어 16번홀 버디와 18번홀(파5) 이글을 뽑아내면서 동률을 이룬 것.
심리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무명 설움을 이겨낸 이은정은 강했다. 그린 가장자리에서 친 프레셀의 6m 버디 퍼트가 빗나가자 자신 있는 스트로크로 홀에 떨궜다. 이은정은 “연장전 퍼팅 때는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한편 3라운드까지 9타 뒤졌던 미셸 위(20ㆍ위성미)는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이선화(23ㆍCJ), 김송희(21)와 함께 공동 3위(16언더파)에 올랐다. 신지애(21ㆍ미래에셋)는 공동 17위(12언더파)에 그쳤지만 상금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공동 8위로 마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의 상금 차이는 27만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