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14일] 빅 인치


격침, 또 격침. 미국이 대서양 연안에서 활동하는 독일 잠수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생산하는 전략물자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어뢰 공격을 당해 잇따라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손실은 유조선. 대형이어서 탐색과 식별이 쉽고 속도까지 느린 유조선은 독일 잠수함의 밥이었다. 한동안 연합국에 대한 석유지원은 물론 동부에서 사용할 석유공급까지 차질을 빚었다. 대안은 송유관 건설. 서부 유전지대에서 생산된 원유를 정제시설이 집중된 동부까지 보내는 장거리 송유관을 깔자는 것이다. 철도와 트럭 화물업자들의 반대를 뚫고 첫 삽을 뜬 공사는 전시동원체제의 효율성으로 불과 1년 만인 1943년 8월14일 완공됐다. 텍사스에서 뉴저지까지 8개 주와 20개 강을 통과하는 총연장 2,018㎞짜리 송유관은 기술혁신의 개가였다. 무엇보다 파이프의 구경이 이전보다 5배나 큰 24인치였다. 때문에 ‘빅 인치(Big Inch)’라고 불린 새 송유관은 하루 30만배럴의 원유를 실어 날랐다. 이듬해인 1944년에는 리틀 빅 인치(Little Big Inch)까지 완공됐다. 송유관 구경이 20인치로 작았을 뿐 총연장은 빅 인치보다 긴 2,373㎞에 달했던 리틀 빅 인치는 효율이 보다 높았다. 유전지대에 신설된 정유공장에서 거른 정제유를 운송했기 때문이다. 빅 인치와 리틀 빅 인치는 미국 내 원유수송의 절반을 담당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쟁을 통해 운송 인프라의 중요성을 확인한 미국은 전후에 노후 송유관을 최대 직경 48인치짜리로 교체하고 새로운 노선을 깔았다. 2006년 말 현재 미국의 송유관(가스 포함) 총연장은 79만3,285㎞. 2위인 러시아의 24만4,826㎞보다 3배 이상 길다. 우리나라는 2,309㎞로 세계 6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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