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문화산책] 외규장각 도서반환 잊었나

황원갑 <소설가>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를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는 프랑스에 대해 정부는 왜 의연하고 당당한 자세를 보이지 못하는가. 프랑스국립도서관 지하에는 프랑스가 지난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191종 297권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채 보관돼 있다. 프랑스의 범죄행위에 대해 정부는 무슨 까닭에 제대로 항의를 못하고 있는가. 역방향으로 놓여진 고속철도 객실 의자도 테제베(TGV)와의 계약조건을 이유로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고 약탈당한 귀중한 선조의 문화유산도 하루빨리 돌려달라고 떳떳이 요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 국가의 위신과 국민의 자존심은 무엇이 되는가. 프랑스는 자국의 문화재보호법을 내세워 ‘상당한 가치의 문화재와 맞교환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강도가 빼앗아간 보물을 돌려줄 터이니 같은 값어치의 보물과 맞바꾸자는 황당무계하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 하겠다. ‘문화재 약탈은 범죄행위’라는 사실은 이미 헤이그조약에서 전세계적으로 합의된 사항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게 약탈당했던 수많은 문화재를 맞교환이 아니라 끈질긴 요구 끝에 94년에 대부분 돌려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문화강국을 자처하는 프랑스가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반증밖에 더 되는가. 정부는 이 문제를 더는 흐지부지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유연성 있게 대처’한다느니 하는 안이한 소리로 적당히 덮어두고 다음 정부에 미루려 해서도 안된다. 각계 전문가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주한 프랑스대사를 매일같이 외교통상부로 불러 반환을 독촉해야 한다. 문화관광부 장관 역시 프랑스로 찾아가 보다 강력하게 반환을 요구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우리 국민도 프랑스대사관과 프랑스문화원에 항의전화와 편지를 계속해서 보내고 시위도 벌이자. 그래도 프랑스가 들은 척도 않고 오만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범국민적 프랑스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여야겠다. 그것이 우리가 문화국민, 주권국민임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길이다. 일본의 독도망언과 역사왜곡, 중국의 고구려사ㆍ발해사 탈취기도에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오만한 프랑스를 상대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운동에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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