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FTA, 기계산업 발전기회로

지난 4월2일. 14개월간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협상과정에서 자동차ㆍ섬유 분야는 국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기계 분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 기계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기존의 경쟁구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계기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 협력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기업과 정부의 노력에 달려 있다.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우리 기계산업이 발전하려면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미국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미국 시장은 선진국인 일본과 후발 추격국인 중국, 북미자유협정(NAFTA)으로 관세 경쟁력을 갖춘 멕시코를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우리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는 그리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체조 선수가 높이 점프하기 위해서는 구름판이 필요하듯이 지금 우리 기계산업에는 경쟁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 한미 FTA는 바로 우리 기계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기존의 경쟁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구름판 역할을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미 FTA로 미국의 관세가 철폐되면 고가 장비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일본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 범용제품의 경우 관세 철폐로 중국과도 경쟁해볼 만하다. NAFTA의 무관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멕시코와도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게 된다. 또 대미 수입으로 기계ㆍ부품 가격이 인하돼 완제품 생산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 효과는 단순히 양국간 교역 증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권과의 결합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 협력해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세계 시장 진출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계 분야가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그 어느 분야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자동차ㆍ전자ㆍ섬유 등 주력 분야의 수출증대에 따라 기계ㆍ설비의 국내 수요가 늘어나 내수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이차적 효과도 기대된다. 한미 FTA 효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에 달려 있다. 태양 표면의 온도는 수천도에 이르지만 지구상에 있는 종이 한 장 태우지 못한다. 그러나 돋보기를 이용해 햇빛을 모아주면 종이를 태울 수 있듯이 한미 FTA를 기계산업 발전 및 수출동력화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돋보기가 돼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미 FTA는 브릭스(BRICs)와 같은 신흥 산업국가와 저가 범용제품을 놓고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이 아니라 기술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무대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ㆍ나노기술(NT)ㆍ바이오기술(BT) 등 신기술로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전통 기계산업에 이러한 신기술을 접목해 제품의 융ㆍ복합화,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고 기계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기술협력을 강화한다면 기계기술 강국으로 진입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정부도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기술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 및 기술협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의 경제권인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과 다름없다.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혁신역량이 결집된다면 우리 기계산업은 한미 FTA라는 새로운 구름판을 딛고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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