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11일]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한 해를 24절기로 구분해 그때그때 절기에 맞게 삶의 방식과 풍속을 이어왔다. 그런데 올봄은 입춘과 경칩이 지난 4월에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추운 봄 날씨를 보여 절기 구분을 무색하게 했다. 계속된 이상저온 현상으로 농작물 피해가 커 배추 한 포기가 6,000원까지 오르는 등 이른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으며 봄 신상품을 준비해왔던 의류업체들은 추운 날씨로 매출에 적지 않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앞으로도 해마다 다른 양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 손실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 대략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계절변화를 근간으로 성수기와 비수기로 구분했던 많은 산업에서 영업주기가 재검토돼야 할 정도로 이상기후는 기업 경영의 주요 변수가 됐다. 이미 미국 증시에서는 올 초부터 기업이 기후변화로 유ㆍ무형의 중대한 영향이 있는 경우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도 기후변화 대응력이 기업 실적을 크게 좌우한다고 보는 것이다. 유난히 추운 봄을 겪으면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생산계획을 변경하거나 마케팅에 날씨효과를 도입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마다 반복될 수 있는 이상기후에 관한 예측능력과 더불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조찬회에서 케네스 크로퍼드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승패가 나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납품업체의 생산 공정에서부터 운송 수단과 매장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에 걸쳐 에너지 사용량 30%와 폐기물 배출량 25% 감축, 전체 매장 효율 30% 제고를 목표로 3년간 5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한 세계 1위 유통기업 월마트의 기후변화 대응 사례는 우리 기업들이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뉴월에는 서리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생긴 말이다. 그런데 4월 말까지 눈이 내렸던 올해 날씨를 보면 이제 이런 속담에서의 장담도 힘들게 되지 않을까. 기업 경영에 있어 날씨와 기후에 관한 통념에 바탕을 둔 각 분야의 경영전략을 다시 점검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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