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업 확립에 실질적 지연 초래’를 근거로 일본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는 외국기업의 횡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소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구제수단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산화율이 낮거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ㆍ소재 등에 대해 산ㆍ관ㆍ학 협동 등으로 국내 업체들을 적극 지원해왔다. 그러나 막상 해당 제품을 만들어놓으면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일본ㆍ독일 등 선진국 대기업의 저가물품 공세에 밀려 국내 업체 제품이 신규산업에 진입하기도 전에 고사하기 일쑤였다.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도 별로 없었다. 덤핑행위 규제에 대한 유력한 근거 가운데 하나인 ‘국내산업 확립의 실질적 지연’ 조항도 이해가 부족해 활용하지 않았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의 부과요건 중 하나인 ‘실질적 지연’ 조항은 아직까지 국내 관세법상 구체적 예시가 없는 상태. 하지만 개념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국내 업체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 시장에 신규산업을 형성할 때 외국의 저가물품이 대거 들어와 산업 확립을 방해할 경우 반덤핑관세 등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자국기업에 대한 보호성향이 매우 강한 미국은 이미 ‘슈퍼301조’로 유명한 ‘통상관세법’을 통해 ▦미국 내 해당 물품 재고의 실질적 증가 ▦해당 물품 생산설비의 불완전가동 정도 등 실질적 지연의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법조계 전문가들은 신기술 개발을 통해 실질적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중소ㆍ벤처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조속히 국내 관세법령에 명확한 적용,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영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실질적 지연 조항은 현존하는 시장이 아닌 기술개발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질 ‘미래시장’의 피해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국내 중소ㆍ벤처기업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첫 적용을 계기로 외국계 대기업을 상대로 적극 피해구제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