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케빈 러드 호주 총리

실리주의적 親中派… '미들파워' 역할 기대<br>美중심 서방일변도 관계 탈피 균형외교 추구 주목<br> 中성장 수혜로 경제 호황… 對中교역 확대 정책<br>"국부펀드 견제등 포괄적 리더십 보여야" 지적도


[피플 인 이슈] 케빈 러드 호주 총리 실리주의적 親中派… '미들파워' 역할 기대美중심 서방일변도 관계 탈피 균형외교 추구 주목 中성장 수혜로 경제 호황… 對中교역 확대 정책"국부펀드 견제등 포괄적 리더십 보여야" 지적도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취임 4개월을 갓 넘긴 케빈 러드(51ㆍ사진) 호주 총리는 18일간의 세계 순방을 마무리하면서 최종 방문지로 중국을 택했다. 러드 총리는 이번 주 사흘간 중국에 머물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회담을 갖고 양국 경제협력 방안과 티베트 사태 등 국제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러드가 중국을 최종 순방지로 택한 것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치솟는 자원수요에 힘입어 호주 경제가 전례없는 호황기를 맞은 것과 맞물려 있다. 호주가 중국 산업발전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러드 총리의 등장은 중국과의 교역확대는 물론 미국중심에 치우쳐진 서방 선진국의 외교에서 한발 나아간 균형외교를 꾀할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러드 총리는 중국 방문에 앞서 약 200개의 중국 언론 매체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젊은 시절 국립 대만사범대에서 유학한 그는 스스로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까지 지어 친중파임을 자처했다. 그는 취임 당시 후진타오 주석과 통화하면서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러드 총리의 이같은 면모가 중국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러드 총리의 이번 세계 순방은 호주 언론들은 물론, 야당의 반발을 샀다. 그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핵심 교역국인 일본이 이번 순방 국가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러드 총리는 6월께 방일 계획을 밝혔지만 호주 내 보수세력들은 이번 일로 일본과의 사이가 틀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러드 총리는 대외무역 파트너로 중국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정책기조를 밝히고 있다. 러드 총리의 친중노선은 지난 수년간 자원확보에 목마른 중국이 호주 경제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알수 있다. 호주 경제는 지난 수년간 중국발 수혜를 업고 전례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철광석ㆍ석탄 등 지하광물자원이 풍부한 호주가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 된 데 따른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광석 지대인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필바라시는 지난 한 해 14%나 성장했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4ㆍ4분기 성장률인 11.2%를 훨씬 추월한 것이다. 중국의 호주 광산투자로 전체 인구가 200만명에 달하는 이 주는 앞으로 10년간 4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호주의 실업률이 33년만에 가장 낮고, 가계자산이 15년사이 2배이상 늘어난 것도 중국 덕분이다. 하지만 호주 대륙의 광물자원이 중국 국부펀드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알루미늄공사(차이날코)는 호주ㆍ영국 국적의 세계 2위 광산기업인 리오 틴토의 지분 9%(141억달러)를 인수하면서 호주 광물자원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중국의 이 같은 야심은 호주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세계최대 광물회사인 호주 BHP빌리튼 측은 리오틴토를 인수하기 위해 러드 총리에게 중국측을 견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원부국인 호주가 중국과 교역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중국의 적대적 투자를 견제해야 하는 포괄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계에 정식 입성하기 전에 외교관으로 경력을 쌓으면서 그는 특유의 우회답변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 언론의 한 칼럼니스트가 “러드 총리는 연설집필자가 따로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직설화법을 피하는 편이다. 그는 지난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조제 바로수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글로벌 사회에 완전히 몸을 담고 함께 참여해 다른 나라들과 보다 건설적인 관계를 다져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기자가 중국이 호주 철광석 사업에 눈독 들이는 데 대한 호주 정부의 대응이 무엇인지를 묻자 “우리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고, 역사적으로 자본유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시장개방을 통한 (개인)투자를 언제든지 환영하고 있다”며 직답을 피했다. 이는 중국과 관계를 염두해 공개석상에서 말을 아끼는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러드 총리는 그 외에 국제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된 외교사안에는 강경하게 대응한다. 러드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을 기본적으로 반대하며, 연내에 파병된 전투부대를 모두 철수시키는 대신 지원부대를 보내 미국의 이라크 재건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이번 중국 방문에서 후진타오 주석에게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적극 당부하겠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에선 “두보 전진하면 한보 후퇴하는 법”이라며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직 외교관으로서의 소신을 드러냈다. 러드 총리는 당선 때부터 중국어에 능통하고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진보정당 출신인 그는 중립외교를 지지하면서도 이해득실은 분명히 하는 실리주의자로 알려졌다. 러드 총리는 세계 순방에 앞서 “호주를 국제 외교관계에서 ‘미들파워(중견국)’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로서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국제사회도 그가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미들파워’ 역할을 해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 현대국제관계학 연구소의 컨 자이 연구원은 “러드 총리는 대중관계를 노련하게 이끌어낼 것”이라며 “그가 몸담은 노동당은 진보정당 치고는 이념보다 이해득실에 더 무게를 둬왔다”고 진단했다. 케빈 러드 총리 약력 ▲1957년 9월 21일 호주 퀸즐랜드주 냄버 출생 ▲1972년 15세 나이로 호주 노동당(ALP) 가입 ▲1978년 호주국립대학 중문학사 ▲1980년 국립대만사범대학 유학 ▲1981~1988년 호주 외교부 스웨덴ㆍ중국 대사 역임 ▲1989~1992년 퀸슬랜드주 수상 비서실장 ▲1998년 그리피스 지역구 의원 당선 ▲2006년 노동당 총재 당선 ▲2007년 12월 3일 26대 호주 총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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