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7월 16일] 헬리콥터 벤과 대마불사론

“미국 경제가 중병에 걸렸으나 월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이유는 ‘헬리콥터 벤’이 구명줄을 또 내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유명 프로그램인 ‘매드 머니(mad money)’의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를 이렇게 꼬집었다. ‘헬리콥터 벤’은 프린스턴대 교수시절 “경제가 어려우면 헬리콥터로 돈을 찍어 뿌리면 된다”는 과거 발언을 빗대 붙여진 벤 버냉키 현 FRB 의장의 별명이다. FRB와 재무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을 결정하자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이 미국 안팎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부실이 너무 크면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론까지 다시 들먹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취임 이후 그의 별명처럼 돈을 마구 뿌려댔다. 지난 9개월 동안 금리를 3.25%포인트 내렸고, 지난 3월 베어스턴스 몰락 즈음 투자은행에 대해서도 재할인 창구를 열어줬다. 재할인율은 은행의 부실 재무구조에 대한 벌칙성 금리가 적용돼 기준금리보다 다소 높은 것이 상식이지만 현재 FRB는 이마저도 2.25%로 같게 만들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율배반적 행태까지 보인다며 비판을 받고 있다. 폴슨 장관은 베어스턴스 처리 당시 인수 협상 중인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에게 전화를 걸어 “높은 인수가격은 모럴해저드”라며 가격을 낮출 것을 지시한 장본인이다. 모럴해저드 차단을 그토록 강조하던 미 재무부는 이번 두 모기지 보증기관의 구제조치에서는 주식을 국민 세금으로 사줘 주가를 부양하고 신용 공여 한도도 대폭 증액해줄 방침이다. 지난 5년간의 유동성 잔치가 끝나 엄청난 부실 쓰레기에 짓눌려 있는 월가는 지금 신뢰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 금융 당국이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판을 감수했음에도 시장은 좀더 강한 처방을 요구하며 요동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깨진 ‘대마불사’론이 금융 선진국 미국에서 다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신뢰성의 위기는 비단 월가 금융기관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 않다. 2년 전 모기지 재앙을 경고한 바 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제시한 해법, 즉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주주를 청산하고 국영화하라는 요구가 차라리 정공법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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