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애그플레이션 10년동안 지속될것"

생산 줄어드는데 중국·인도등 수요는 폭증<br>고유가 대응 대체에너지 개발 붐도 한몫<br>"거품은 없다" 금리인하등 경기부양정책 발목



올 세계경제에 '애그플레이션 쓰나미' 생산 줄어드는데 중국·인도등 수요는 폭증고유가 대응 대체에너지 개발 붐도 한몫 FAO "구조적 요인들 단번에 해결 어려워"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곡물가격 고공행진이 앞으로 10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25억 인구가 수년간의 고도성장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왕성한 소화력을 발휘하며 전세계 곡물시장을 잠식하는데다 세계 주요 곡창지대인 미국과 남미 국가들이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연료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옥수수ㆍ콩 등 주요 곡물을 비(非)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원유시장에는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곡물시장에는 거품이 없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올들어 곡물 값이 급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올해 세계 경제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경기침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곡물가격 상승은 유가 등 국제원자재 상승과 더불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고 있다. 옥수수 1개월 선물가격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4일(현지시간) 시간외 거래에서 하루 만에 무려 3.43% 오르면서 부셸당 5.12달러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콩은 부셸당 12.94달러를 기록하며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갔고 밀도 강세를 보였다. 곡물 값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 폭증이다.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대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곡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육류의 소비량도 늘리면서 곡물소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1㎏을 생산하는 데 곡물은 각각 8㎏과 3㎏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곡물생산량이 오히려 줄어들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밀 주요 수출국인 호주에서는 밀 생산량이 지난해 2,300만톤에서 올해는 절반 이하인 1,200만톤으로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재고가 급감하고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이다. 14일 옥수수 가격 급등은 미국의 재고가 예상치보다 크게 밑돌았다는 발표가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옥수수 재고는 14억3,800만부셸로 농무부가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17억900만부셸에서 크게 떨어졌고 이는 공급불안을 부추겼다.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붐도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유가격 급등에 따라 옥수수 등을 대체연료 개발에 쏟아 부으면서 사람이나 동물의 먹을거리로 쓰일 수 있는 부문이 줄어들고 있다. 바이오연료 생산의 확대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곡물 수요는 감소하지 않고 있다. 바이오연료 회사들이 불황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친환경을 내세우면서 곡물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13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자사 자동차에 에탄올 연료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오는 2022년까지 연간 210억갤런의 에탄올 생산을 요구하는 에너지법안을 성립시켰는데 이는 현재보다 3배가 늘어난 수치다. 미국에서 에탄올은 대부분 옥수수로 만든다. 이에 옥수수 가격이 올라 미국 돼지 사육농가들에서는 옥수수 대신 건포도나 초코칩, 말린 과일 등 사람들의 간식을 사료로 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급등하며 사실상 곡물발 인플레이션은 시작됐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4.3% 상승,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3개 유로존 국가의 11월 CPI 역시 전년 대비 3.1% 올라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11월 CPI 상승률은 6.9%를 기록,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연속 6%를 넘었고 같은 달 식료품 가격상승률은 18.2%에 달했다. 특히 돼지고기 55%를 비롯, 육류 가격이 38%나 급등하면서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이끌었다. 애그플레이션은 금리인하를 통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하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0일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 지역의 완연한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를 포기한 것도 물가불안 때문이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발표한 '농업전망 2016'에서 "애그플레이션이 향후 10년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신흥시장의 수요급증, 바이오연료 개발 붐 등의 구조적 요인들이 단번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력시간 : 2008/01/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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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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