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퍼시스 어쩌다 이 지경까지…

11년전 '경제정의기업'서 이젠 '위장 중기' 지탄<br>동반성장 역행 중견기업 대명사 전락<br>성장 정체따라 이익률도 크게 떨어져

지난 2001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정도경영'을 하는 기업에게 수여하는 '제10회 경제정의기업상'대상은 퍼시스의 몫이었다. 당시 퍼시스는 ▦기업활동의 공정성 ▦종업원만족도 등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퍼시스는 가구업계에서 윤리기업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로부터 11년뒤인 2012년 2월. 일명 '팀스규제법'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했다. 퍼시스가 중소기업 조달시장에 남기 위해 분사한 팀스의 진입을 막기 위한 법이다. 대상기업은 오직 팀스 하나다. 한 개의 작은 기업 때문에 법안 개정을 추진할 정도로 퍼시스의 편법 행위는 심각한 파장을 낳았던 것.


8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한때 정의로운 기업으로 존경받던 퍼시스가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중견기업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30년간 온갖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누리며 계열사를 합쳐 매출 5,000억원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퍼시스가 과욕을 부린 탓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퍼시스와 팀스는 사업 철수 등 이 사태를 깔끔하게 수습하기 보다 법안 상정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일관하면서 다른 가구업체들의 분노만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부터 금지됐던 팀스의 조달시장 금지가 1년 유예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고쳐져 중소업계의 강한 의문을 낳고 있다.


최근 퍼시스의 이미지 추락에 대해 가구업계는 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대형업체로서 가구업계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회사가 사회적ㆍ법적 비판 대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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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구업체 고위관계자는 "퍼시스가 한때는 다른 회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잘 나갔었는데 이제 이 회사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보내는 업체가 거의 사라졌다"며 "대형사로서 중소업체를 배려하고 가구업계 전체의 발전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가구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이탈리아 가구처럼 세계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며 "가구업계에선 그동안 다른 것보다 퍼시스가 대형사로서 그런 역할을 선도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왔는데 팀스 분할 이후 실망이 컸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퍼시스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몇몇 부분에 있어서 오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실추된 이미지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시스의 위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실적 면에서 2005년 영업이익률이 무려 18.47%에 달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로부터 '아시아 200대 중소기업(Asia's 200 Best Under A Billion)'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걸으며 정체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은 영업이익률이 11%대까지 떨어졌고 지난해의 경우도 2010년에 비해 매출액은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후퇴해 영업이익률이 악화됐다.

이는 기업 조직을 한곳에 집중해 규모를 키우는 대신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데다 새로운 시장과 먹거리 창출에 도전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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