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3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대연정 협상’이 27일(이하 현지시간) 타결됐다.
이번 합의안이 연정 파트너이자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 당원들의 승인을 얻어낼 경우 이르면 다음달 17일 메르켈 총리의 세번째 임기가 시작된다.
AFP통신은 이날 새벽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 연합과 SPD가 약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통해 대연정(좌우 동거내각) 구성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CDU와 자매 정당인 CSU 연합이 지난 9월 총선에서 과반에 불과 5석이 모자라는 승리를 거둔 지 2개월여 만이다.
통신에 따르면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시간당 8.50유로(약 1만2,250원)의 최저임금제는 SPD의 공약대로 오는 2015년부터 도입된다. 반면 당초 SPD가 추가로 요구했던 ‘부자 증세’ 방안은 메르켈의 뜻대로 철회됐다.
이 밖에 SPD는 장시간 지속된 이번 협상에서 ▦상장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30% 할당 ▦이중국적 금지 완화 ▦동성커플 차별 철폐 등 핵심 요구안을 추가로 관철시켰다. CSU가 주장해온 외국등록 차량의 아우토반(독일 고속도로) 통행료 부과 방안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3개 정당은 또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인상 방안에도 합의했다.
독일 통신사인 DPA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라 추가 소요되는 지출 및 투자 규모가 2017년까지 230억유로에 달한다.
이번 협상에선 주로 독일 국내 정책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유럽 내 무역 불균형 문제ㆍ남유럽 재정위기 대책 등 글로벌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연정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메르켈의 3기 연립정부 구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장관직 임명 등 후속작업을 조속히 실시해 다음달 17일부터 세번째 임기를 수행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 메르켈이 3기 임기를 수행키 위해선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다. 최종 합의안에 대한 SPD 평당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SPD는 대연정에 회의적인 상당수 당내 여론을 감안해 합의안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당원투표를 다음달 17일 실시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AFP는 “많은 SPD 당원들이 메르켈 1기 정부(2005~2009) 당시 대연정의 ‘악몽’을 떠올리며 다시 메르켈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투표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