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자동차 노조 "너무 다르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울산=곽경호기자 kkh1108@sed.co.kr 『 한국 자동차 노조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며 정치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 자동차업계 노사는 한국ㆍ일본 등 아시아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임금삭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세계 무역시장에 담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미국 노조는 국제경쟁력 회복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준다고 인식하는 반면 한국 노조는 국제화의 수혜를 보면서도 정치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 GM·포드등 임금삭감 협의 한국·일본등 亞경쟁국 제치려…노사 머리 맞대고 경쟁력 강화 올인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노사는 한국ㆍ일본 등 경쟁국 자동차업계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삭감을 골자로 하는 비용감축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올해 임금협상을 벌인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임금협상은 최근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의 노사가 비용삭감에 대타협을 이뤄낸 데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성사된 델파이와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임금삭감 등 합의안이 디트로이트 자동차업계의 단체교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보다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임금이 경쟁국 동종 업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미국 빅3의 노동비용은 연금 등을 포함해 시간당 70~75달러로 일본 경쟁업체들보다 30달러 정도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미국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경쟁국과의 임금격차를 얼마나 축소할 것인지의 절충안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WSJ는 "주요 자동차업체의 단체교섭을 앞두고 성사된 이번 합의안이 도요타 등 해외의 경쟁자들과 맞설 수 있는 힘을 미국 차업계에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자동차 노사의 올해 단체교섭이 순조로운 것은 부품업체인 델파이 노사가 비용삭감에 합의해 파산상태인 이 회사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고 전체 차업계의 비용 대비 생산성을 높이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론 게틀핑거 UAW 위원장은 디트로이트의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델파이의 합의안이 무사히 실행되기 위해서는 모기업인 GM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합의 성사를 반겼다. 그는 앞서 델파이 노조지도자들이 회사를 파산시키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한 적도 있다. 델파이와 UAW가 지난 22일 체결한 합의안에 따르면 델파이의 근로자들은 현재 시간당 평균 27달러인 기본 임금이 14.50달러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을 감수한다. 신규채용 근로자의 경우 14달러를 받는다. 대신 현행 근로자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이들에게는 향후 3년간 매년 약 3만5,000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또 델파이가 GM에서 분사할 때 소속이 바뀐 장기근속 근로자 4,000여명에게는 급여삭감 대신 퇴사하거나 GM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된다. 미국 내 18개 공장 가운데 14개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할 수 있게 됐다.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미국 주요 차업체들과 UAW는 전통적으로 7월 말부터 단체교섭에 들어간다. 한편 GM은 델파이의 합의안에 따라 70억달러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기업경쟁력 향상 전망이 이를 상쇄하면서 주가는 이틀 만에 2.5%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GM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면서 "현 시점에 펀더멘털상의 큰 호재는 없지만 GM의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 "FTA 정치파업 강행" 정부 강경 대응·비난 여론 불구…국제화 최대 수혜업체가 불법 파업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노조 지부가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28일과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정치파업을 강행하기로 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7일 간부회의를 거쳐 28일과 29일 파업투쟁 일정을 마련하는 등 파업돌입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노조는 파업 첫날인 28일에는 오후1시부터 오후5시까지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고 낮12시30분 전후 사업부 또는 위원회별로 자체 집회를 갖기로 했다. 또 29일에는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점심시간 1시간 제외) 6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날은 모이고 흩어지는 시간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전일 파업이나 마찬가지다. 금속노조도 28~29일 전체 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은 이날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노조는 예정대로 28~29일 144개 사업장 소속 10만~12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체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28일과 29일 금속노조의 전체 파업에 현대차 조합원 2만1,000명을 포함해 총 5만명가량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파업 당일 정상조업을 실시하기로 했으나 정상조업을 위해서는 80~90% 이상의 인력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게 되면 조업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는 즉시 이상욱 지부장 등 노조 지도부 10~20여명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하는 등 불법파업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경찰도 현재 정 위원장 등 금속노조 지도부 23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상태이며 금속노조의 파업 수위가 높아지면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울산경찰청은 현대차지부가 파업에 돌입하면 사측의 고소ㆍ고발에 관계 없이 집행부를 즉각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올 초 시무식 폭력사태 등으로 불법파업을 주도해 구속됐던 박유기 전임 노조위원장에 이어 현 이 지부장의 중도퇴진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대차 현장 노조원들은 "이번 파업으로 또다시 집행부가 사법처리될 경우 노조 와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것으로 대다수 노조원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속노조의 권역별 부분파업 셋째날인 27일 영남권 13개 사업장에서 전체 대상 조합원의 3.9%에 해당하는 2,400여명이 2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입력시간 : 2007/06/27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