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이제는 윤리가 생존조건이다

남궁 훈 <굿모닝신한증권 준법감시부 부장>

매년 터져 나오는 금융관련 사건ㆍ사고 소식에 금융권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금융업은 고객의 자산을 다루는 산업으로서 고객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밑천이며 이러한 고객의 신뢰는 금융업 종사자들의 높은 직업윤리와 준법의식에서 비롯된다. 비단 우리 금융산업만 이런 윤리적 혼돈과정을 겪는 것은 아니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ㆍ일본ㆍ유럽의 유명 회사들도 70ㆍ80년대에 걸쳐 크고 작은 금융사고를 경험한 후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윤리경영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엄격한 내부통제와 임직원의 높은 윤리의식으로 거듭 태어나 지금은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메릴린치ㆍ골드만삭스ㆍ씨티은행 등이 윤리가 새로운 생존 조건임을 일찍이 자각해 세계적 금융회사로 발전한 것과는 반대로 233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 최고(最古)의 투자은행이며 영국왕실의 공식적인 투자자문사였던 베어링사는 한 직원의 불법적인 투자행위로 하루아침에 파산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금융업도 IMF 이후 많은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아픔을 경험하면서 다른 산업 분야보다 먼저 윤리경영과 준법강화를 위한 내부통제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준법감시인제도ㆍ사외이사제도ㆍ감사위원회제도 등 새로운 제도들이 금융관련 법률에 의해 입법화되고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기준의 선진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시대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제도 도입만으로는 문제의 근원적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금융업 종사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다. 고객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금융업은 필연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수반해야 한다. 고객의 신뢰는 궁극적으로 정직성과 윤리성으로 담보될 수 있다. 현대 금융산업에 있어 윤리와 준법문화는 단지 마케팅 수단이나 요란한 회사홍보의 장식물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무이한 생존 조건이다. 따라서 모든 금융회사와 그 종사자들은 기업윤리가 치열한 기업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조건임을 자각하는 데 더이상 주저해서는 안된다. 고객과 시장은 누가 더 정직하고 윤리적인 기업인가를 준엄하고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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