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역전선 심상찮다]

우리나라 수출구조의 편식성향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출입국을 외치던 때부터 지금까지 수출은 일부 품목, 일부 국가에 크게 의존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전문가들은 경직된 구조 때문에 수출이 특정 제품, 국가의 경기변동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엔고 강건너 불구경 = 최근 엔고, 국제원유가 하락등으로 수출환경이 여느 때보다 좋아졌음에도 수입증가 속도가 수출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도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수출구조가 경직되어 있어 수출 호기를 적시에 살릴 수 있는 유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 무역구조는 국내 경기가 좋아지고 수출이 늘어날수록 수입이 덩달아 증가하는 수입유발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호기로 활용되어야 할 엔고는 일본의 흑자를 늘려주는 효자로서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96년이후 감소세를 보여온 대일무역적자가 올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음은 이같은 문제점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올연초이후 지난 9월까지 대일무역은 수출 106억달러, 수입 165억달러로 59억달러의 적자가 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억달러보다 2배를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수출이 부진을 탈피하는 조짐을 보이자 수출선도 다변화되고 있으며 수출의 탄력성이 회복되고 있다며 수출입구조가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수출국가 분포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선진국에서 제품이 안팔려 어쩔 수 없이 개도국쪽으로 수출선을 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수출선이 다변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무역업계는 구조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우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대우사태를 조속하게 매듭짓지 못하면 모처럼 찾아온 수출 호기를 그대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무역업계는 최근 엔·달러환율이 104엔대의 강세를 보이고 한달전 25달러선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20달러대로 주저앉았지만 대우사태를 비롯한 국내 경제요인들 때문에 대외신용도가 떨어져 수출에 전력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해외에서 현지금융을 제대로 조달할 수 없어 수출능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기술력 강화가 관건 = 수출구조가 단편적인 이유는 제품의 경쟁력이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요 산업의 핵심기술은 선진국 수준의 40∼60%에 불과하다. 이와함께 연구개발 투자규모, 기술인프라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술개발력은 미국의 6.6%, 일본의 9.4%, 독일의 14.3%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성도 경쟁국에 턱없이 모자란다. 미국의 생산성을 100으로 가정할 때 국내 반도체및 자동차의 생산성은 각각 52%, 48%수준밖에 안된다. 수출경쟁력을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기술력이 없어 수출 제품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핵심부품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수출구조가 수입유발형으로 굳어진 이유도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해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단기적인 수출목표에 집착해 밀어내기식 수출을 계속한다면 경쟁력 확보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언오(李彦五)삼성경제연구소 이사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4대경제정ㅔ책 기조중의 하나로 수출지원을 꼽았다』고 지적하고 『수출확대를 위한 범정부적 분위기 조성과 기술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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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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