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내외 변수 혼조' 정책도 딜레마

■ 경기논쟁 뜨겁다유가불안·증시 상승탄력잃어 신중론 확산 현재의 경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과열인가, 아니면 회복국면의 연장인가. 정책당국자들의 딜레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가 불안정해지고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힘을 잃으면서 '섣불리 건드렸다간 어렵사리 살린 불씨를 끌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정책의 '중립 선회'를 공식화할 예정이지만 그 이면에는 신중론과 경제정책에 대한 착시현상이 스며 있다. 착시현상이란 거시경제정책이 특별히 바뀌지 않는데도 마치 내수 위주의 부양정책이 중립정책으로의 수정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정부의 정책은 변한 게 별로 없다.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이전부터 중립적인 정책을 써왔다는 얘기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경기진작을 위해 각 부처에 예산의 집행을 독려했고 올 상반기에도 예산을 집중 배정했으나 지난 2월 초부터는 자율 집행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정책을 부양에서 중립으로 선회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실상의 중립에서 언제 사실상의 안정으로 가느냐는 데 있다. 안정책의 핵심은 금리인하. 정부는 최소한 한두달을 더 지켜본 후 금리인하 등 본격적인 거시정책 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거시경제정책 '중립'의 의미 말 그대로 안정책이든, 부양책이든 이렇다 할 대책을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미 2월 중순부터 내수진작을 위한 부양책을 쓰지 않았다"며 "말만 안 했을 뿐 당시에 중립기조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정책기조에 대한 재경부의 입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보면 보다 확연해진다. 2월까지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아직까지 회복세를 확인할 수 없다. 상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3월 중순에는 "과열 여부를 판단하려면 1ㆍ4분기 경기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며 한발짝 나아갔다. 재경부는 12일 열릴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중립적 경제정책'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당분간 더 지켜보다가 물가불안 우려가 커지면 본격적인 안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 물가불안, 현실화하나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물가불안이다. 지난해 물가가 상반기에 많이 오르고 하반기에 덜 올랐기 때문에 올해는 반사적으로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데다 월드컵과 선거를 치르면서 개인서비스 요금 등이 춤출 수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불안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수입물가 상승세도 2ㆍ3개월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욱이 지자체 선거 이후로 미뤄진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상반기 물가는 잡을 수 있지만 연간 목표는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대내외 변수 혼조, 정책방향 설정 어렵다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만 본다면 당장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금리를 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나아지는 것 같았던 미국 경기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활동 동향이 그렇고 재고도 감소하고 있다. 생산도 좋지 않고 소비도 제자리다. 이 같은 회복세 둔화조짐이 일시적인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만약 미국의 회복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우리의 수출은 살아나기가 어려워진다. 주식시장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지만 그 내용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좋아져 늘어나게 될 재고가 성장률을 교란ㆍ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질을 파악할 때까지는 정책방향을 섣불리 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 금리인상 시기, 6~7월 유력 결국 시간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지켜볼까. '중립적 정책'의 시효는 어디까지냐가 문제다. 가장 유용한 거시정책은 금리조정. 한국은행이 금리를 상향 조정할 시기로 5월이 유력하다는 당초 예상과 달리 6ㆍ7월로 미뤄질 전망이다. 미국 경기상황과 수출여건 점검, 물가상승세 등 각종 거시변수가 확인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정부의 거시정책 기조도 다시 한번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쯤이면 성장의 속도와 폭ㆍ질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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