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盧대통령, 혹독한 외교 시험

아프간 사태 향방따라 한·미 정상회담등에도 파장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 혹독한 외교 시험을 치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군사 작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장 단체인 탈레반과 이들이 요구 조건으로 내세운 포로 석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 사이에 끼여 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도 없는,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특히 이 문제의 해결 방향에 따라 한미 관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자주 외교’ 노선을 추구해 왔다. 때로는 미국과의 갈등이 유발되기도 했지만, 주변에서는 ‘비싼 수업료’라는 인식도 나왔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면서 노 대통령 특유의 실용 외교라는 평가가 나왔고, 한미간의 분위기도 좋아지는 듯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 문제가 선순환의 과정으로 돌아서면서 한미관계도 동반해 호전되고 있었다. 늦어도 10월초면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고, 남ㆍ북ㆍ미ㆍ중 4개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 노 대통령으로선 잘만 하면 임기 중 치적 가운데 하나로 외교 부분을 내세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터져 나온 아프간 사태는 노 대통령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핵심 요구 사항인 포로석방 문제에 대해 미국은 요지부동이고, 급기야 “국제 사회가 유연하게 대처해달라”(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는 읍소의 메시지를 보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라크 등에 군대를 파병하는 등 나름대로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입맛에 맞춰 왔지만, 정부 스스로 인정하듯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력만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없는, 때문에 점점 고조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협상 능력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도 할 말이 없는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자칫 한미 관계에 상당한 부정적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포로 석방 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반미 기운이 감돌고 있고, 인질들의 추가 살해 행위가 벌어질 경우 반미 정서가 최고조로 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한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놓았다. 한미 관계가 부정적으로 변할 경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북핵 문제의 키는 여전히 미국측이 쥐고 있고, 이에 맞춰 한미 관계의 원활한 호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번 사태의 향방에 따라 한미 FTA의 국회 비준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이번 사태 발생 후 거의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를 불과 7개월여 앞둔 노 대통령에게 아프간 사태는 분명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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