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오너가 계열사 직접 챙기니 주가도 '쑥쑥'

정몽구 현대차·최태원 SK그룹 회장<br>현대건설·하이닉스 사내이사로 등재<br>정의선씨·한진家 자녀도 선임 잇따라<br>"책임경영" 평가… "지배구조 왜곡" 지적도


최근 들어 대기업 오너들이 계열사 사내이사로 속속 선임되면서 회사를 직접 챙기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너들의 사내이사 선임은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어서 주가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건설 주가는 3.42%(2,800원) 오른 8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째 상승세다. 현대건설의 강세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2월28일 이사회를 열고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정 회장의 이사 선임은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함과 동시에 자동차∙제철과 함께 그룹의 핵심 성장축인 건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경영 참여로 대외 신인도를 높여 건설경기의 불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회장의 현대건설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시장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채상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 문제 때문에 현대건설의 성장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완전히 해소됐다"며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돼 경영활동과 주가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 차원의 지원도 기대되고 정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의 마진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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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현대제철의 주가는 최근 철강가격 회복과 함께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책임감 있는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경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숙기에 접어든 철강 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라며 "정 부회장의 경영 참여로 현대제철의 위상이 높아지고 내부 의사소통과 외부 협력을 강화해 구조조정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하이닉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하이닉스의 주가도 최 회장의 책임경영과 SK그룹의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다. 대한항공도 지난달 2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장남 조원태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이 같은 그룹 총수 일가의 대기업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에서의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용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회사 차원에서 신사업 추진 등 정책 결정에 있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수직계열화가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며 "오너들의 계열사 경영 참여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를 성장시켜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될 수 있어 특별히 기업의 펀더멘털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오너의 경영참여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주가에도 긍정적일 수 있지만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그룹 총수 일가의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이 계열사 경영 독립을 훼손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원 변호사는 "그룹 총수 일가가 사내이사로 선임돼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할 경우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며 "그룹의 이익을 위해 일부 계열사가 부담을 떠안는 등 계열사의 독립 경영이 어려워져 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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