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묻지마식' 재심 청구 크게 늘었다

"대부분 소송 상대방 물고 늘어져 타협하기 위한 수단"<br>올 10월까지 376건 매년 30건씩 늘어… 법원 업무 가중<br>"인지대등 재심 소송 관련 비용 높여 청구 남발 막아야"


서울에 사는 류씨는 제주도의 토지를 매각하면서 매수자인 김모씨가 매매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됐다며, 지난 2003년 서울중앙지법에 1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류씨는 1심과 항소심, 대법원 상고심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항소심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또다시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판결에 좀처럼 승복하지 못한 류씨는 이번에는 “재심기각결정을 번복해달라”며 다시 한번 재심청구를 냈지만, 법원은 최근 “재심 청구사유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류씨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제기한 소송은 무려 6차례. 5년 남짓한 기간동안 1심부터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2차례나 오르락내리락한 셈이다. 법원의 업무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됐던 ‘재심 소송’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1심 판결을 번복해 달라며 제기된 민사소송 재심접수 건수는 2006년 322건에서 지난해 350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10월말 현재 376건으로, 매년 30여건씩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께에는 400여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2심)과 상고심(대법원)에 대한 재심접수 건수를 포함하면 올 한해만 800건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게 법원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 재심청구 가운데 90%가량이 기각 또는 각하되거나 소송 진행 중 취하된다는 것. 실제 대법원에 제기된 민사 재심청구는 지난 8년여간 단 한건도 인용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민사 재심청구의 경우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절박한 심정으로 재심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마구잡이로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씨의 경우도 누가 보더라도 패소가 명확했지만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은 채 직접 소장을 작성하며 끈질기게 소송을 붙들고 늘어진 케이스다. 이 같은 ‘묻지마’식 재심청구로 재판이 무한정 길어지면서, 법원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이고, 소송 당사자도 지쳐 손해보며 타협하는 등의 피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재심청구가 남발되는 이유는, 인지대 등 소송에 드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소송 당사자를 괴롭혀 타협하는 데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류씨의 경우처럼 소송가액이 1억원인 경우 인지대는 고작 50만원에 불과하고, 패소할 경우 물어줘야 하는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포함해도 200만원 안팎이다. 이 같은 낮은 소송비용 때문에 거액 소송일 경우 판결이 불리하면 무조건 재심을 청구하는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법원 내부에서는 재심청구에 대한 소송비용을 높여서라도, 무의미한 재심소송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재심소송 남발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최소한 재심의 소송비용은 높일 필요가 있다”며 “마구잡이 재심청구를 방치하면 법원이 다른 사건을 처리할 시간이 줄기 때문에 피해는 다른 사람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재심이란?
확정된 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해당 법원에 판결을 다시 심리해 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으로, 확정 판결에 대한 구제수단이라는 점에서 항소ㆍ상고와는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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