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경칩을 지나면 봄기운이 발자국마다 다르다 했다. 봄이라는 계절이 오고 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그러한 계절인데도 더디게 느껴지는 까닭은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봄이 오는 순간을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샛강에 나가 얼음 갈라지는 소리에서 봄을 듣는다고 노래했다.겨우내 얼어붙었던 빙하가 녹아 흐르는 철이다. 산간의 계곡마다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쩡쩡대고 그 소리에 놀란 풀뿌리 나무뿌리가 한해살이를 서두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 한편으로 무작정 쏟아져나올 봄맞이 인파에 몸살을 앓아야 할 국토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근래들어 도시민의 생활이 여유로워지면서 자연환경을 즐기려는 욕구들이 부쩍 늘었다. 숲이 우거지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다 싶으면 어디든 인파로 북새통이다. 그리고 그 뒤끝은 언제나 쓰레기더미다. 국토가 온통 산업쓰레기에 생활쓰레기에 위락쓰레기로 뒤덮혀 쓰레기공화국이란 신조어까지 태어난 판이다. 결국 땅이 썩고 물이 썩고 공기가 썩어 생존권을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특히 수자원에 대한 오염은 국가간 또는 지방자치단체간의 분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독일·네덜란드·스위스가 라인강을 놓고 분쟁하고 있으며 콜로라도강 사이로 미국과 멕시코가 분쟁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워싱턴 D.C. 주변 5개주가 포토맥강의 오염분쟁에 휘말린 바 있고 일본의 오사카·교토·고베·효고현 등이 비파호 개발계획으로 치열한 분쟁을 겪었다.
그래서 이들 분쟁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여 이용자나 수혜자에게 오염부담금을 물게 하는 방법 등을 채택하고 있다. 오염자 부담원칙이라든가 수혜자 부담원칙과 같은 조정방안이 그것인데 환경파괴나 환경이용에 대한 분쟁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일본정부는 비파호를 둘러싼 주변지방의 분쟁을 해결하려고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발전에 지장을 받는 상류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자를 정부나 하류지역 지방자치단체가 메워주는 특례법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물이나 공기 또는 숲과 같은 자연환경까지 경제가치화하고 있다는 증거로서 자연은 더 이상 무소유도 아니고 대가없이 공유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도 최근 팔당호 수질개선 파동으로 한강수계 상류지역과 하류지역민들이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계속 확산될 조짐이고 정부차원의 환경분쟁에 대한 조정방안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아무런 준비가 없어 봄을 맞는 마음이 우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