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16일] 남북경협의 앞날···

남북관계 발전의 가장 상징적인 사업의 하나로 자부되던 금강산관광사업에서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탄에 희생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이 향후 남북관계, 특히 남북경제관계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긴장되고 있는 남북관계시기에 터진 사건이어서 누구나 미래의 남북경협에 대해 희망적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남북 당국 사이에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불일치가 존재한다. 첫째, 감정의 불일치다. 남한의 과거 10년간의 정권과 달리 현재 남북한 집권세력은 과거 대결과 대립시대의 주역들이었다. 대결과 대립의 시대에 현재의 남북한 집권세력은 서로를 공격하고 음해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만들어오면서 메우기 힘든 상처들을 남겼다. 이 역사성으로 현재의 집권세력은 서로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가질 수 없고 이로 인해 우호적 정책을 만들기가 어렵다. 둘째, 남과 북의 상호 정책성격의 근본적 불일치다. 하나는 미국과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협력의 성격문제다. 과거 10년간 북한은 동북아 주변국, 특히 중국과 한국의 이해와 지원 속에서 ‘에너지’를 얻어 미국과의 대립에서 ‘승리’하려고 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정책으로 이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워 강경한 부시 정권과의 대립에서 시간을 벌어보려 했던 북한이 일단 미국을 움직인 이 시점에서는 미국을 활용해 남한과의 대립에서 이기려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협력정책의 성격도 불일치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의 근본성격은 현존하는 북한정권의 붕괴는 아닐지 몰라도 분명 변화의 유도를 지향하고 있다. 이것은 남북경협으로 현존하는 북한정권의 경제적 기능을 회복ㆍ강화하려는 북한의 대남경협정책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북한은 협력으로 이익을 보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셋째, 경제협력현장의 불일치다. 남북한은 과거 많은 경제협력프로젝트에 합의했다. 문제는 이 합의들이 다시 원점에서 논의되게 되는 상황에 처해졌다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는 한국과의 합의로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이명박 정부는 현 정부와의 합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실천을 재검토하고 있다. 재검토되면서 이미 합의한 사안들과는 별개로 많은 변형이 가해지고 있다. 어떤 대상은 안되고, 어떤 대상은 합의도 안됐는데 추가 제기되는 등 한마디로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는 자존심을 팍팍 건드리는 소리뿐이다. 북한은 예컨대 이미 합의한 조선업 같은 ‘이것을’ 하고 싶어 하는데 새 정부는 나들섬 같은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한다. 북한은 당장하고 싶어 했는데 정부는 언제 하려는지 입장조차 안보였다. 북한은 적어도 과거와 같이 적어도 40만톤 규모의 지원을 바랐는데 정부는 5만톤 규모를 얘기하고 있다. 남북경협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통행ㆍ통신ㆍ통관뿐만 아니라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관행, 기업을 유도하고 보호하는 수준 높은 투자제도의 보완 등 많은 문제들이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남북한 사이에 감정의 불일치, 정책의 불일치, 현장 움직임의 불일치가 있다면 남북경협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협력은 감정이 좋을 때 협력행동이 유발되고 그 행동이 좋은 합의를 만들며 서로 좋다고 생각하는 합의야 말로 실천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향후 남북경협은 추진역량의 불비, 추진대상의 미결정, 상호 적대감정의 확산 등에 의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낮은 실적을 보일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떠나 남북경협에는 분명 상호이익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고쳐야 할 문제점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과거의 경험을 살려 미래를 위해 문제점들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지혜가 요청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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