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밥 보다 더 비싼 여름 디저트 전쟁… 냉커피냐? 과일 주스냐?





냉커피냐? 과일 주스냐? [리빙 앤 조이] 밥 보다 더 비싼 여름 디저트 전쟁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관련기사 • [리빙 앤 조이] 빙수의 유래 • [리빙 앤 조이] 여름 음료의 종류 점심으로 4,000원짜리 자장면을 먹고 후식으로 5,000원짜리 차를 마신다. 10년 전만 해도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밥값보다 비싼 차를 마신다니, 아무리 철이 없는 사람에게도 당치 않은 짓으로 들리던 일이다. 그러나 요즘은 밥보다 비싼 음료를 마신다고 해도 이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디저트와 음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비싸고 고급스런 음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은 8~9년 전 외국계 커피 전문점이 들어오고 난 뒤 부터다.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 다국적 기업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 "과연 웬만한 밥값 보다 비싼 커피를 들고 다니면서(테이크아웃) 마시는 게 한국 정서상 통하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현재 스타벅스는 전국 200개 점포를 넘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고, 또 다른 다국적 커피 기업 커피빈은 10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했다. 여기에 파스쿠찌 등 토종 커피전문점까지 대거 가세, 현재 한국은 '음료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테이크 아웃 음료 시장이 성장한 상태다. 테이크 아웃 음료 자체와 업체의 이미지 또한 '도회적이고 멋지게' 포장돼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명 브랜드의 테이크 아웃 커피 마시는 것을 두고 '커피가 아니라 이미지를 마신다'고도 한다. 음료를 즐기는 문화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 된 게 현재 상황이다. 여름철은 테이크 아웃 음료 업계의 호황기다. 무더위를 잠시 잊고 갈증을 풀기 위해 들르는 손님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음료 업체들은 여름철 각종 시원한 음료 메뉴를 준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여름철 테이크 아웃 음료 시장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기로 했다. 우선 어떤 음료가 여름철에 가장 잘 팔리는 지를 알아보고, 음료 시장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봤다. 덧붙여 더위를 잊는 데 최고의 효과를 지닌 한국의 전통 음식 팥빙수에 대한 얘기도 함께 전한다. 사족을 하나 달자면, 현재 한국의 테이크 아웃 커피 값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들과 언론의 지적은 백번 맞는 얘기다. 시장에서 충분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외국계 커피 전문점들이 먼저 가격 인하를 이끌 경우 한국의 음료 문화는 더욱 풍성해 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전문점·호텔… 업태 불문 여름엔 냉커피가 최고 한국인이 여름철 가장 즐기는 커피 음료는 뭘까.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외국계 커피전문점이 한국에 진출한 이후 갈수록 커피 음료의 맛이 다양해졌지만 여름철 커피 음료의 왕은 역시 '아이스 커피'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 커피'는 브랜드에 따라 '아이스 카페아메리카노'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 추출원액에 물과 얼음만을 더해 마시거나 원두 드립 커피에 얼음만을 띄워 마시는 방식이다. 예전부터 한국인이 즐겨 마시던 '냉커피'와 같은 족보로도 구분할 수 있는 음료가 요즘 세상에서도 여름 음료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 여름 커피의 왕 '아이스커피' 일명 '콩다방'으로도 불리기도 하는 커피빈은 서울 강남권의 신세대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커피전문점. 커피빈의 음료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음료 소비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커피빈 관계자에 따르면 6~8월 여름철에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단연 '아이스 커피'다. 신세대들을 겨냥한 다양한 커피 메뉴가 나와있지만, 젊은이들도 여름철에는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가장 즐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커피빈의 '아이스커피'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뒤 물을 붓고 얼음을 띄워 내놓는다. 겉모습만 보면 예전부터 마시던 '냉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좋은 원두를 알맞게 볶아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뒤 특수하게 정수한 물을 타 맛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빈 관계자는 "아이스 커피는 만드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간단해 만드는 시간도 짧다"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데 22초가 걸리고 물과 얼음을 첨가하는 시간을 더하면 주문 후 40~50초면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 보다는 도너츠로 더 유명한 던킨도너츠에서도 여름철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아이스 커피'다. 던킨 관계자는 "도너츠와 함께 즐길 음료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특히 아이스 커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장년층의 비즈니스 회동이나 20~30대 맞선 장소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특급호텔 로비 라운지에서도 여름철엔 아이스 커피가 왕이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1층 '콤파스로즈'의 7월 음료 판매 순위를 보면 아이스커피가 부동의 1위이며 그 뒤를 아이스티와 과일빙수가 따르고 있다. 안주연 조선호텔 홍보팀 대리는 "음료 전체 매출 중 여름철엔 아이스 커피가 약 1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강남권의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서는 아이스커피가 주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한다. ■아이스 카페라테의 도전 이처럼 단순한 '아이스 커피'가 여름철에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깔끔한 맛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유나 크림 류를 첨가한 커피는 부드럽고 맛이 좋지만 입에 텁텁한 맛을 남기기 쉬운데 갈증이 나는 여름철에는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또한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순수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에스프레소에 물 대신 우유를 붓고 얼음을 띄운 아이스 카페라테도 무시할 수 없는 여름철 선호 메뉴다. 특히 스타벅스 '카페라테'는 미국 시애틀서 창업한 초창기부터 스타벅스에 돈벼락을 안겨준 효자 메뉴다. 따듯한 '카페라테'와 '아이스 카페라테'는 스타벅스 세계 체인에서 가장 사랑 받는 음료로 알려져 있다. 나라별로 맥도날드 햄버거 값을 환산, 각국 통화의 구매력을 비교하는 '빅맥 인덱스'가 있는 것 처럼 커피업계에는 스타벅스 커피 값으로 환산한 '카페라테 인덱스'가 있다. 이는 '카페라테'가 국제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스타벅스의 메뉴라는 뜻이다. 한국도 세계인의 입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판매 메뉴 중 따뜻한 카페라테와 아이스 카페라테를 더한 판매량이 전체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름엔 아이스 카페라테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스 카페라테가 인기인 것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토종 고급 커피전문점 파스쿠찌에서도 여름철 인기 메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던킨도너츠에서는 아이스카페라테와 비슷한 '아이스오리지널'이 매년 여름 판매 2위다. ■얼음 갈아만든 음료도 급신장 커피빈 스타벅스 등 외국계 커피전문점이 들어온 뒤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음료가 바로 얼음을 갈아 만든 메뉴들이다. 스타벅스는 '프라푸치노'라는 이름으로, 커피빈은 '아이스블랜디드'라는 이름으로 상품군을 만들어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벅스에서는 모카ㆍ커피ㆍ카라멜ㆍ에스프레소 등 맛이 다른 여러 가지 프라푸치노를 판매한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각각의 프라푸치노 판매량을 합칠 경우 6~8월 중에는 프라푸치노가 1위다. 단일 메뉴로는 '아이스카페아메리카노'에 뒤지지만, 프라푸치노 상품군이 여름에는 많이 팔린다. 커피빈 역시 6~8월 판매량 1위 '아이스 커피'에 이어 얼음을 갈아 만든 음료인 '캐러멜아이스블랜디드'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엔 커피가 들어간 찬 음료에만 범위를 좁혀 어떤 것들이 잘 팔리는 지 알아보자. 파스쿠찌 자료에 따르면 총 32개 메뉴 중 차가운 커피 메뉴가 총 11개 이며 이 가운데 '아이스 커피' '아이스카페라떼' '아이스모카' '아이스카라멜라테' '아이스카라멜모카'가 여름철 판매량 1~5위를 각각 차지한다. 이 중 '아이스커피'가 40%, '아이스카페라테'가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여름철 따뜻한 커피음료와 차가운 커피음료의 판매 비율은 어떨까. 의외로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가 더 많이 팔린다. 장윤정 커피빈 홍보팀장은 "평소에는 따뜻한 음료와 찬 음료의 비율이 85대15이며, 6~8월에는 60대40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웰빙 바람 탄 과일주수 커피와 여름음료 양분 대학생 홍윤하(24)씨는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다. 그녀는 커피 향만 맡아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 씨는 “친구들과 함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 가도 마실만 한 것이 없었다”며 “차(茶)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커피 전문점들이 레드자몽 등의 이색 과일로 만든 음료들을 속속 출시하면서 홍 씨는 커피 전문점 단골손님이 됐다. 그는 “예전엔 혼자서 커피 전문점에 가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테이크아웃 과일음료 종류가 다양해져 과일음료를 마시러 혼자 갈 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테이크아웃도 과일음료 대세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과일음료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여름 음료 시장이 아이스커피와 과일음료로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들이 여름시장 주력 상품으로 과일음료를 내놓은 것은 4~5년 전. 하지만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선 블랙커런트, 라즈베리 등 국내에 흔치 않은 과일을 이용, 메뉴를 다양화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여름에는 과일 음료가 메뉴에 추가되기 때문에 커피를 싫어하는 고객들의 방문도 늘어 판매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일 음료가 인기를 끌자 올해 들어선 테이크아웃 전문점의 매출 구성에도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철만 해도 아이스커피 일색이었던 상위권 매출 메뉴에 과일 주스들이 명함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6~7월 매출 기준, ‘라스베리 블랙커런트 프라프치노’가 과일 음료로선 처음으로 매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 만해도 반응이 좋지 않았던 과일음료가 올 들어 인기를 끄는 것은 웰빙 바람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까지 불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올해 신제품의 경우 신선한 과일과 홍차를 이용, 웰빙트렌드를 반영했는데 이 전략이 성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던킨도너츠도 마찬가지.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너츠에는 으레 커피를 주문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출시된 ‘레드자몽 쿨라타’가 매출 3위를 차지했다”며 “여름 음료시장 판도변화의 조짐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주목할 만한 변화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차(茶) 음료가 탄산음료를 대체했듯이 테이크아웃 음료 시장에서도 과일음료가 커피음료와 함께 여름음료 시장을 양분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능성 음료 스무디도 인기 과일 음료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스무디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기능성 건강음료인 스무디는 처음 국내에 소개됐을 때만 해도 과일음료로만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건강 음료’ 이미지를 내세운 마케팅에 힘입어 그 효능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스무디킹은 평소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근육질 몸매를 가꾼 탤런트 이서진 씨가 내놓은 레시피에 유청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첨가한 기능성 음료 ‘이서진 스무디(공식명칭 ‘셰이프 파워 스무디’)’를 시판하면서 웰빙 과일 음료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이수현 스무디즈코리아 마케팅팀 대리는 “올 여름에는 스무디가 단백질, 비타민 등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기능성 건강음료라는 점을 제대로 알릴 계획”이라며 “이미 체중관리를 위해 피트니스센터 등을 찾는 여성들에게는 스무디가 보조식품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커피전문점들도 속속 스무디 메뉴를 추가하며 시장반응을 살피고 있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종의 스무디 제품을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재료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팥음료, 팥빙수 대체하다 팥빙수를 연상케 하는 팥음료의 등장도 눈 여겨 볼만하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지난 5월초 국내 최초 팥음료 ‘레드빈카페 아이스 플레이크’를 선보인 바 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요즘은 과일빙수나 녹차빙수 처럼 팥을 쓰지 않는 빙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팥이 몸의 열기를 식혀주는데 효능이 있다는데 착안, 팥 음료로 팥빙수 마니아들을 공략해보자는 역발상을 통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엔제리너스 팥음료는 올 여름 매출 5위를 차지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제품 개발로 테이크아웃 여름 음료시장이 더욱 세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입력시간 : 2007/08/0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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