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비싼 대학이 명문 대학이다

김대식 <중앙대 부총장>

흔히 교육은 장사가 아니며 학교 교육은 영리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학교는 특별한 장소로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어야 한다. 또한 교사나 교수는 봉급생활자가 아닌 일종의 성직자와 같이 돈벌이와는 절연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된다. 그러나 교육자는 성직자일 수도 없고 단지 신통치 않은 봉급생활자에 불과하다. 더구나 학교가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해 그 대가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시장거래의 하나이며 교육서비스로 돈벌이를 하는 것 자체도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대가에 어울리지 않는 열악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나쁜 것이다. 학교는 수도원과 같이 수행을 하는 곳이 아니다. 교수는 지식교육에 ‘프로’이면 되지 학생들을 감화시켜 인격을 바꿀 정도의 훌륭한 인물일 수는 없다. 부모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학교에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신용카드로 쇼핑하는 생활에는 어떤 함정이 있는지, 부동산 투기의 피해는 어떤 것인지 등을 가르치는 지식육성 교육으로 만족해야 한다. 학교란 집단을 상대로 표준화된 지식이나 기능을 효율적ㆍ획일적으로 전달하고 습득시키는 곳이므로 각 개인의 개성 존중과 인격 함양을 위한 교육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대학이 최고의 대학들이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 동부 명문사립대들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약 3만6,000달러로 우리보다 4배 이상이나 된다. 학생들은 최고의 등록금을 내고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미래의 경제사회에 적합한 것이 아니면 안된다. 교육을 사회나 경제로부터 분리, 별도로 성역화하고 교육 고유의 특권적 이상을 추구한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번 교육부총리 임명 당시 일부 시민단체나 전교조에서 경제전문가라는 이유로 반대를 한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난센스적 발상이다. 오히려 교육정책의 입안에 경제전문가를 많이 참여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 대학만큼 구조조정과 혁신적 개혁이 어려운 곳이 없다. 교수들은 교수협의회를 통해서 기득권 유지에 완강하고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저항한다. 학생들은 세계 어느 대학에서도 볼 수 없는 등록금 수준을 가지고 대학 당국에 투쟁한다. 우리 대학 사회에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조조정 전략은 화려한 구호에 불과하며 고통스러운 개혁이 없는 한 우리 대학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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