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국판 뉴딜정책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참여정부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의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내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8월 말 대규모 감세와 재정확대를 포함한 ‘올인’식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본격적인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다시 6조∼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에 추가해 연기금을 활용한 10조원 규모의 건설경기부양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 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름하여 지난 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본뜬 대규모 건설경기부양책이다. 그러나 아직도 경기침체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별 효과도 없이 결국 국가부채의 증가와 연기금의 부실을 심화시킬 이러한 무책임한 경기부양책을 남발하려는 것은 참으로 문제다.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쉽고 확실한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자꾸 어렵고 불확실한 길을 택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경제를 살리고 경제성장을 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고 기업이 하는 것이라는 간단한 원리를 이해 못하는 3류 경제전문가들이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국가적 낭비인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 50조원이 넘는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미루고 있다. 그러면 답은 자명하다. 기업들로 하여금 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미국의 뉴딜정책은 대공황 당시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을 때 대규모 공공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유효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촉매작용을 한 한시적인 위기관리정책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여건은 그때와 너무나 다르다. 우리 기업들은 투자할 여력도 있고 나라 밖에서는 실제로 투자도 하고 있다. 이들로 하여금 국내에서 투자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하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한시적으로라도 과감히 풀어주고 국가경쟁력과 전혀 관계없이 국민과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는 진보적 국정운영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기업들의 투자를 진심으로 격려하는 정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 모든 부문에서 하향평준화와 균형발전에 목숨을 거는 모습은 경쟁과 효율, 그리고 이윤창출을 중요시하는 기업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자꾸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살리려 한다. 적자국채를 발행해 공공투자를 하고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이제는 고갈위험에 처한 연기금을 동원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복지시설ㆍ공공시설ㆍ임대주택 등에 투자하도록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해 수익성도 없는 사업에 연기금을 남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99년 공공자금관리기금법 개정으로 겨우 연기금의 정부예탁이 해제됐는데 참여정부가 다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한 사업이 시중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받도록 책임을 지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연기금 투자는 기금운영자가 자발적으로 알아서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일이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정부가 나서서 투자를 강요할 일이 아니다. 공공투자사업이 항상 그랬듯이 손실이 발생하거나 수익이 낮을 경우 연기금의 부실로 연결되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우게 돼 결국 국가부채의 증가로 연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고 기업도시나 복합레저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거나 연기금을 남용해 일시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수익성이 없는 공공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민간기업의 투자활성화로 연결될 때에만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들을 불안하게 해 투자를 막아놓고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결국 국가부채의 증대와 인플레이션만 초래할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의 임기 동안 반짝 경기회복을 통해 생색을 내고 다음 정부와 후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 부담만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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