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대기업 매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이 변죽만 울린 채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자회사 분리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대한통운 정도만 M&A 성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내 대형 매물 M&A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차기 정부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하다. 실제로 쌍용건설ㆍ교보생명 등 지분을 보유한 정부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지분 매각 시기를 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ㆍ대우조선해양 장기 표류=자산규모 16조원의 하이닉스는 오는 6월부터 매각작업이 본격화된다. 채권단은 이달 말 매각공고를 내려 했지만 한 달 연기했다. 매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인수자의 투자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 인수 직후 설비투자비용 등으로 수조원을 부어야 한다. 후보자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인수자의 초기 비용을 줄여주는 '유연한 매각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녹록지 않다. 대우조선은 우선협상대상자(한화)까지 선정했다 무산된 후 이렇다 할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매도 주체인 산업은행마저 우리금융 인수에 목을 매고 있어 대우조선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하이닉스ㆍ대한통운 등 대형 매물이 대기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때 의지를 보였던 한화는 한 차례 실패한 전력이 있어 다시 입질하기 쉽지 않고 포스코와 손잡고 인수를 시도했던 GS그룹이 그나마 후보로 꼽힌다. 지난 2008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두산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대한통운, '분리매각' 약발 받을까=대한통운은 '자회사 분리매각'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채권단은 다음달 금호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에 넘긴 뒤 7월 초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유력한 후보는 포스코와 CJ다. 포스코는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디딤돌로, CJ는 자회사로 보유한 택배회사 GLS와의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외국인 주주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재무구조가 악화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분리매각에 반대해왔던 롯데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입찰 참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고 업계는 관측했다. ◇정부, 쌍용건설·교보생명 등 매각 시기 저울질=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쌍용건설과 교보생명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한시라도 빨리 매각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올해 내 성사가 어렵다. 건설업체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거래소 상장이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 교보생명 3대 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는 교보생명 상장 이후 지분을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이런저런 이유로 상장을 미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의 지분이 희석될 것을 염려해 상장에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자위는 다음달 정례회의에서 쌍용건설과 교보생명 지분 매각 일정을 논의한다. 공자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매각 시기를 결정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라며 "여건만 성숙되면 올 하반기에라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자위가 매각해야 하는 쌍용건설과 교보생명 지분은 각각 38.8%, 9.9%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