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전문 서비스산업 육성하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총입학정원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2,000명선으로 정해지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전개는 우리나라 전문서비스시장의 발전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앞으로 법률서비스 등 전문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해갈 것인데 변호사ㆍ의사 등 전문서비스 제공 인력의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인가. 시장개방은 확대돼갈 텐데 우리나라 전문서비스 산업은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지난 1970년 719명, 1980년 940명, 1990년 1,924명, 2000년 4,228명, 2006년 8,423명 등으로 증가해왔다. 그러나 변호사 수가 이렇게 증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단위인구당 변호사 수는 2002년 기준으로 미국의 33분의1, 독일의 13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법시험 응시자 수, 변호사의 소득수준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변호사 수는 적정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산업의 고도화, 소득의 증가, 국제거래의 활성화, 권리의식의 향상 등의 요인으로 앞으로도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내외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갈 전망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변호사 보수가 상승하고 이것은 다시 로스쿨 지원자 수의 증가를 가져오는 식으로 변호사 인력 공급이 시장수요에 반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으로는 변호사 인력 공급이 시장수요에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로스쿨의 설립과 입학정원 책정을 자율화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의 법률산업은 점차 국제경쟁력을 갖춰 수출산업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당장 로스쿨의 설립과 입학정원 책정을 자율화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중단기적으로는 향후 로스쿨의 정원을 자율화하더라도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로스쿨의 교육제공 능력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변호사 공급을 늘려나가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로스쿨 총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정한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미국에서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한 해에만 약 5만명으로 우리나라의 2006년 말 현재 전체 변호사 수 8,423명의 5~6배에 달하는 숫자다. 필자의 추계에 의하면 로스쿨이 개원되는 오는 2009년의 총입학정원을 3,000명으로 하고 그 후에 매년 300~400명씩 정원을 늘려나가더라도 변호사 인력은 20~30년 후에야 적정 수준의 절반 정도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서비스 제공 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될 경우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와 함께 유력한 성장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산업으로는 법률산업 외에 의료산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인구 천명당 개업의사 수를 비교해보면 그리스 4.9명, 이탈리아 3.8명, 프랑스 3.4명, 독일 3.4명, 호주 2.7명, 영국 2.4명, 미국 2.4명, 일본 2.0명, 한국 1.6명, 터키 1.5명 등으로 나타난다. OECD 30개국 중에서 단위인구당 의사 수가 우리나라보다 적은 나라는 터키밖에 없으며 우리나라의 단위인구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약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요자들이 보다 양질의 전문서비스를 보다 값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전문서비스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전문서비스 제공 인력의 공급체계가 잘 정비돼야 한다. 면허제도가 과도한 진입제한의 수단으로 전락함으로써 세계화ㆍ지식기반사회화 시대의 유력한 성장산업인 전문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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