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등 10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벼게놈 해독프로젝트'(IRGSP)가 쌀의 게놈을 마침내 완전히 해독했다면서 완성된 게놈 지도를 11일자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쌀 게놈이 12쌍의 염색체 위에 위치한 3만7천544개의 유전자를 담은 3억8천900만 개의 DNA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발표한 쌀 게놈 지도는 유전자가 염색체의 어느 위치에 어떤 서열로 배열돼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현재까지 가장 완벽한 수준인 95%의 정보를 담고있으며 병충해에 강한 다수확 품종 쌀의 증산에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재배되는 자포니카종 쌀을 이용한 게놈 연구는 지난 2002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성과가 발표됐으나 IRGSP 연구진은 해마다 연구의 완성도를높인 끝에 이번에 99% 이상의 정확도를 가진 95%의 지도를 내놓았으며 상세한 과학적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토론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연구에는 한국 농촌진흥청 농업생명공학연구원(옛 농업과학기술원 생물자원부)한장호 박사팀을 비롯, 일본, 중국, 대만, 인도, 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브라질등 10개국 14개 연구소가 참여,각 국별로 12쌍의 쌀 염색체 분석영역을 분담해 유전자 구조를 해독해왔다.
미국 게놈연구소의 로빈 뷰얼 박사는 이 연구에 대해 "완성된 게놈 서열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자료를 이용해 나쁜 조건에서도 더 많은 소출을 내는 새 품종의 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지금까지 새 품종의 쌀 개발에는 최고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쌀 게놈 지도가 나옴으로써 개발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 식물게놈연구소의 조아킴 메싱 소장은 "이 연구는 과학과농업 뿐 아니라 쌀을 주식으로 삼는 모든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이 중요한 돌파구"라고 찬양했다.
그는 물과 비료를 많이 사용하는 쌀 농사가 지구에 막대한 환경 부담을 지우고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쌀의 게놈 정보 해독은 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병충해에 강한 고수확 품종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쌀은 옥수수와 밀, 보리, 호밀, 수수, 사탕수수와 유전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완성된 쌀 게놈 지도는 다른 작물들의 수확을 늘리고 병충해 및 가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유전자 연구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뷰얼 박사는 "쌀은 농작물 게놈의 로제타 스톤이다. 우리는 쌀의 게놈을 다른곡물 게놈 연구의 기초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밝혀진 쌀의 게놈 정보는 이미 보리의 2대 질병인 흰가루병과 줄기녹병에 저항력을 가진 유전자를 찾아내는데 일조했다.
농업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연구팀은 1999년부터 1번과 9번 염색체에서 총 470만 염기를 집중 분석,단간 유전자(키를 작게해 태풍에도 쓰러지지않는 형질, sd-1), 저온에 견디는 유전자, 탈립성, 출수기 등 다수의 유전자의 위치를 찾아냈다.
또 연구팀은 쌀 기능 유전체 연구를 위하여 1만5천여개의 유전자 위치를 밝히고, 여기에 키, 내병충성, 고품질, 수량 등에 관여하는 주요 농업형질의 위치를 밝혀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