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8월 1일] 도하라운드의 소멸

가뜩이나 세계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도하개발어젠다(DDA)가 무산됐다는 두려운 소식이 들려왔다. 책임을 물을 만한 대상은 많다. 가장 큰 원인은 농업 부문에서의 보호주의다. 미국 관료들은 특히 인도가 관세 인상 및 농산물 수입량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한 것을 비판했다. 인도 측은 애초에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농업개방에 동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카말 나스 인도 통상장관은 지난 30일 “10억 인도인들의 생존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국민의 먹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수출관세를 올리기보다 싼 값에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야 한다. 중국과 인도에만 책임을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잘못이 크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주 연간 농업보조금 한도를 145억달러 수준으로 7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실제로 집행된 농업보조금보다 두 배나 많다. 정말 DDA를 성사시키고 싶었다면 최소한 지난해 농업보조금 액수보다는 더 낮춰야 했다. 미국은 농업관세 및 보조금 문제에만 매달리기보다는 공산품 및 서비스에 대한 무역장벽 완화도 강력히 요구했어야 한다. 물론 미국 의회에 대한 농업 관련 단체의 로비가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DDA를 통해 미국의 공산품과 서비스를 이머징마켓에 자유롭게 수출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컸을 것이다. 이제 DDA의 생명력은 다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께면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의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바뀔 것이고 인도에도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2001년부터 시작된 논의가 재점화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자간 무역협정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양자 간 협상이 늘어날 경우 상충되는 규정이 난무함으로써 자유무역의 장애물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새 무역협상을 준비하는 게 옳다. 그동안 각국 정부는 무역 보호주의에 맞설 채비를 해야 한다. DDA가 성공했더라면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우리는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 이 때문에 지난 60여년간 세계의 번영을 이끌어온 자유무역을 포기하는 움직임이 생겨난다면 더더욱 큰일이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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