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잇단 게이트에 발목… 경제 치명타 우려

■ 무너진 국정운영 시스템<br>'대통령 프로젝트' 이유로 비공식라인 의존<br>자문위 월권에도 내부견제시스템 작동안해<br>靑 "비리 아니다"만 강조 적절한 대응못해

참여정부의 핵심 코드인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 유전개발사건으로 청와대 국정운영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데 이어 행담도 개발사건에서도 대통령자문위원회의 월권과 부적절한 직무행위, 비공식라인에 의한 국책사업 수행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정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청와대조차도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 경제에 전력투구해도 시원찮은 판에 국정 컨트롤 타워의 적신호는 경제주체에 대한 불신과 경제활동의 불투명성을 가중시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경제에 회복불명의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 유전과 행담도 개발에 국정 발목 잡혀=국정의 최고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는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과 행담도 개발사건으로 국정운영에 완전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비리사건이 아니며 위법ㆍ탈법이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지난 1개월여간 청와대는 제기된 의혹의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지,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이 기간 동안 5ㆍ4 부동산투기대책과 대ㆍ중소기업 상생대책회의 등을 주재하기도 했으나 정책추진에 탄력을 생길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파상적인 정치공세도 국정 난맥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정기국회에서 처리 못한 민생ㆍ개혁법안이 산적하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도 ‘일하는 국회’가 되지 않고 정쟁의 장으로 비화될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지난 29일 밤 열린 전북 무주 워크숍에서 ‘당청분리원칙’을 재검토하자고 나선 반면 청와대는 이를 곧바로 일축해 당ㆍ청간의 불협화음도 노출되고 있다. ◇멈춰선 견제시스템=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이 불거졌을 때 청와대는 국정상황실이 보고를 누락한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행담도 사건은 컨트롤 타워의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국정운영 시스템의 표류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비공식 라인에 의한 정실 국정수행이 도마에 오른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남해안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영암과 신안 등지에 9,000만평을 개발하는 유사 이래의 최대 국책사업을 경제수석실이 아닌 인사수석라인에서 검토했다는 자체가 시스템 오류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경제부 등 일선 부처에서는 서남해안개발사업을 ‘대통령 프로젝트’라며 “우린 아무 것도 모른다”는 반응 일색이다. 정 전 수석이 호남 출신이어서 서남해안개발 프로젝트를 검토하게 됐다는 청와대의 31일 해명은 궁색할 뿐이다. 대통령 자문위원회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월권행사에 대한 내부견제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집행력이 없음에도 도로공사와 행담도개발㈜간의 분쟁을 조정하고 지원의향서(Letter of Support)를 써주는 상식 이하의 태도를 보였다. ◇위원회 정비를 포함한 쇄신책 필요=청와대의 아마추어적인 대응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는 경제상황’(한덕수 경제부총리)인데도 국정 시스템 오류는 필요 이상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탄생과도 직결되는 도덕성을 지나치게 의식, 비리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나머지 국정 시스템의 허점을 스스로 노출시켰다. 문재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정태인 전 국민경제 비서관, 정 전 인사수석은 지난주 차례로 해명에 나서면서 “문제될 것이 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그러나 이틀 뒤 청와대는 동북아위의 직무행위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규정함으로써 청와대 내부의 조율조차 이뤄지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며 “부처기능과 겹치는 일부 위원회의 정비와 인사를 포함한 국정운영의 쇄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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