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건설근로자들 "6월에 일한 임금 아직 못받아"

박재완 고용부 장관 성남 새벽인력시장 방문… 동행취재<br>"외국인 저임노동자 때문에 일감 더 줄어" 하소연 <br>"고용대책 내달 발표"

추석을 일주일 앞둔 15일 새벽4시40분.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 인근 새벽인력시장은 일감을 찾으러 나온 일용직 건설근로자들로 붐볐다. 일거리를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추석연휴니 민족의 최대 명절이니 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이날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일용 근로자들끼리 유보임금문제, 중국동포 때문에 일감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꼭 해야 한다며 수근거렸다. 인력시장의 피크타임인 오전5시에 맞춰 이곳 지역구 의원인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일용직 근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박 장관은 일용 근로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추석을 앞두고 있는데 일감은 있느냐"며 말을 건넸다. 22년째 인력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김남경(57)씨는 "'쓰메끼리' 때문에 일을 하고 돈을 받는데 60일이 넘게 걸리다 보니 지난 6월에 일한 예술의전당 관련 공사 임금을 추석을 앞둔 지금까지도 받지 못했다"며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동청에 신고하면 각종 서류 등을 챙겨오라고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 일 안하고 여기저기 쫓아다니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쓰메끼리'는 건설현장에서 일한 뒤 1~2개월 뒤에 임금이 지급되는 유보임금을 말하며 받을 돈을 조금씩 잘라서 준다고 해서 이처럼 불리고 있다. 유보임금으로 일하는 돈을 제때 받지 못하는데다가 일감마저도 중국동포가 저임금으로 가져가다 보니 자신들의 일감이 줄어 생활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서울에서 매일 태평동 인력시장으로 출근하는 나병철(46)씨는 "사용자들 대부분이 일당이 1~2만원 싼 동포취업자를 선호해 국내 근로자들은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싼 노임을 감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한 달에 20일은 일해야 가정이 있는 사람은 생활이 가능한데 15일도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공일(목공이나 미장을 도와주는 일)을 주로 하는 박진석씨는 "8월에 비가 많이 와서 일을 별로 하지 못했다"며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일거리 찾는 게 쉽지 않고 추석 지나고 나서 찬바람이 불면 일거리가 더욱 줄어들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박 장관은 근로자들에게 나눠줄 작업용 조끼 150여벌을 추석 선물로 마련했다. 선물 박스를 열자 갑자기 근로자들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몸싸움까지 벌어져 직접 선물을 나눠주려던 박 장관은 주변으로 물러서야만 했다.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어려운 여건으로 조끼 하나에도 쟁탈전을 벌일 만큼 이들에게는 심적 여유가 없어 보였다. 박 장관은 "오늘 새벽시장을 방문하면서 과거 미국 유학시절 새벽에 신문배달 하던 기억이 났다"며 "새벽부터 일하러 나온 분들의 어려움과 열심히 일 하려는 마음을 잘 알기에 유보임금 문제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건설근로자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해 다음달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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