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21~40위권의 중견 건설사 유동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의 차입금 의존도가 오히려 중하위권의 2~3배에 달하면서 자금난에 따른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증권업계에 의뢰해 국내 100대 건설사의 재무제표를 전수조사한 결과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21~40위권 업체의 차입금 의존도가 중하위권 건설사들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입금 의존도는 장단기 차입금이나 장단기 사채 등 이자비용 부담이 있는 성격의 부채항목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21~30위권 건설사들의 차입금 의존도는 373.17%로 100대 건설사 평균 의존도(156.67%)의 2.4배에 달했다. 31~40위권 건설사의 차입금 의존도도 254.23%로 평균의 1.6배에 이른다.
이달 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업계 13위 쌍용건설의 차입금 의존도가 21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리 격인 중견건설사 대부분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쌍용건설 워크아웃 직후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다른 건설사들이 대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유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는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액이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극동건설에 이어 쌍용건설까지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건설사 회사채시장은 심각한 경색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계열사도 높은 금리를 감수하거나 투자자 모집에 미달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중견건설사들의 차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시공능력평가액제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차입금 등 기업의 리스크보다는 실적 위주로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중견건설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단기간에 시평 순위가 급상승한 업체들 상당수가 부동산 활황기에 과도한 PF를 통해 실적을 쌓은 경우"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단기 유동성 위기가 건설사 부실의 주요 원인이 되는 만큼 회사의 재무상황을 반영하는 경영평가방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복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시공능력평가 방법은 실적 반영 비율이 가장 높고 경영평가는 그 다음"이라며 "재무상태 등 경영평가항목의 비중을 높이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